
1. 배달앱 시장의 지각변동: 배민의 시대는 끝났나?
한때 ‘배달’하면 바로 떠오르던 이름, ‘배달의민족’. 하지만 이제는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최근 통계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줍니다. 2024년 8월, 서울 지역 카드 결제액에서 쿠팡이츠가 2,113억 원을 기록하며 1,605억 원에 그친 배달의민족을 앞질렀습니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절대 강자가 지배하던 시장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배민의 결제액은 전년 대비 16.8% 감소하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보인 반면, 쿠팡이츠는 106.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과연 배달의민족은 어쩌다 왕좌에서 내려오게 된 것일까요?

2. 마케팅의 귀재, 시장을 평정하다
배달의민족의 성공 신화는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창업 초기, 배달앱 시장은 기능적으로 큰 차별점이 없었습니다. 이때 김봉진 창업자는 특유의 재치와 감각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와 같은 기발한 광고 카피, 독특한 폰트 개발,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들은 배달의민족을 단순한 주문 앱이 아닌,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치열했던 배달앱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요기오와의 양강 구도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결국 시장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3. 거대 자본에 인수된 후, 변해버린 민심
2019년, 배달의민족은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에 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인수됩니다. 이 M&A는 한국 IT 역사상 최대 규모였지만, 동시에 변화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거대 자본의 논리는 ‘수익성 개선’이었고, 이는 중개 수수료 체계 개편과 각종 비용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배민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지만, 이면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한때 친근했던 배민의 이미지는 ‘자영업자의 고혈을 짜는 독점 플랫폼’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4. 쿠팡이츠의 역습: ‘무료 배달’이라는 치명적 한 방
흔들리던 배민의 아성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바로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 무제한 무료 배달’ 정책이었습니다. 음식값보다 아깝게 느껴지는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신의 한 수였죠. 이미 천만 명이 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한 쿠팡 와우 멤버십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소비자들은 망설임 없이 쿠팡이츠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1인 가구에게 배달비 부담을 덜어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배민 역시 부랴부랴 ‘배민클럽’이라는 구독 모델을 내놓았지만, 로켓배송과 쿠팡플레이 등 막강한 혜택으로 무장한 와우 멤버십의 매력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5. 단순한 배달 경쟁을 넘어, 물류 전쟁의 서막
현재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음식을 많이 배달하는가’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것은 거대한 ‘물류 전쟁’의 서막입니다. 쿠팡에게 쿠팡이츠는 단순히 수익 사업이 아니라, 자사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와우 멤버십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전략적 도구입니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키워온 쿠팡의 전력을 볼 때,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라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지자체와 손잡고 ‘상생’을 내세운 신한은행의 ‘땡겨요’까지 가세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전국 단위에서는 아직 배민이 우위에 있지만, 핵심 지역인 서울에서 이미 추월을 허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6. 결론: 지배자에서 도전자 T된 배민의 미래는?
물론 배달의민족이 당장 몰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는 시장 지배자이며, B마트 등 신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누구도 넘볼 수 없던 절대 강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입니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아닌 자본과 마케팅, 그리고 물류 인프라가 승패를 가르는 전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배자에서 다시 경쟁자의 위치로 내려온 배달의민족이 이 거대한 파도를 넘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