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평화의 시대는 끝났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세계가 다시 분쟁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계실 겁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1990년대 냉전이 끝난 뒤 우리가 한동안 누렸던 이례적인 평화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평화는 바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즉 미국의 압도적인 힘이 유지하던 세계 질서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고 중국과 같은 새로운 세력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우리가 알던 평화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2. 고립주의 국가에서 세계의 경찰로
놀랍게도 미국은 본래 ‘고립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나라였습니다. ‘먼로 독트린’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 밖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100년 넘게 고수했죠. 이러한 기조를 송두리째 바꾼 것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특히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잠자는 거인에서 깨어나 연합국의 군수공장이자 전쟁의 주도자로 전면에 나섰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고 UN, IMF 등 국제기구를 설립하며 전후 세계 질서의 설계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미국은 스스로 원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세계의 경찰’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3. 질서의 균열과 새로운 경쟁자의 부상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은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으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정점을 맞이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전 세계의 표준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질서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미국식 경제 모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사이, 중국은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과거 일본의 경제 성장을 플라자 합의로 제어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커버린 중국을 미국은 더 이상 쉽게 다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제 패권이 다극화되면서 신냉전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것입니다.

4. 신냉전의 시대, 승패는 ‘기술’에 달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점으로 미중 갈등은 노골적인 패권 경쟁으로 번졌습니다. 이제 세계는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과거 냉전이 이념과 체제의 대결이었다면, 오늘날의 신냉전은 ‘기술’ 패권 전쟁의 성격이 강합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기술을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가 다음 시대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입니다. 핵무기가 전면전을 억제하는 것처럼, 이 기술 경쟁이 새로운 질서가 정립될 때까지 크고 작은 갈등을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 과도기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