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코스피와 환율의 어색한 동행
과거에는 코스피가 오르면 원화 가치도 함께 올라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코스피가 상승해도 환율은 요지부동이거나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환율이 소폭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코스피의 상승세에 비하면 하락 속도는 매우 더딥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며,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그 근본적인 원인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사상 최대의 한미 금리 역전 현상
환율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는 돈의 가치이며,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상태이며, 이러한 금리 역전 폭과 기간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무려 41개월째 이어진 금리 역전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꿀 유인을 잃었습니다. 낮은 금리의 원화 자산보다 높은 금리의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외환 시장의 달러 공급을 마르게 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2. 넘쳐나는 원화와 마르지 않는 달러 수요
금리 문제와 더불어 ‘통화량’ 역시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놀랍게도 2022년 1월 이후,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보다 약 7배나 빠른 속도로 원화를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이렇게 시중에 원화가 많아지니 원화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달러 수요는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벌어들이는 보험료의 상당 부분으로 꾸준히 달러 자산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달러 공급은 줄어드는데 달러를 사려는 수요는 계속되니,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3. 구조적 문제들과 시장 개입의 한계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원화 가치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적자 재정 운용에 대한 우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대미 투자 의무, 그리고 우리나라 원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풀며 환율을 인위적으로 방어해왔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계속된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할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결론: 불확실성 시대, 현명한 환율 대응 전략은?
최근 미국의 단기 금융시장 안정과 셧다운 우려 해소 등 일시적인 호재가 있었지만, 환율을 끌어올리는 8가지 이상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따라서 섣부른 기대를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방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전략 중 하나는 ‘3년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환율이 변동성이 큰 자산임을 기억하고, 3년 평균치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을 이용해 꾸준히 달러 자산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현재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