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08년 9월 15일, 거인이 쓰러지다: 금융위기의 서막
2008년 9월 15일, 약 700조 원의 자산을 보유하던 거대 투자 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미국 5대 투자 은행 중 하나였던 이 거인의 몰락은 단순한 기업의 파산을 넘어,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참사로 기록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죠. 이 거대한 폭탄은 과도한 탐욕, 도덕적 해이, 그리고 인간의 비합리성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이 사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전 세계를 뒤흔들었는지 가장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2. 탐욕의 씨앗: 모든 것은 ‘초저금리’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로 미국 경제가 휘청이자,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6%에서 1%까지 대폭 인하했습니다. 이 ‘초저금리’ 정책은 시중의 돈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이자가 싸지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고, 집값은 끝없이 오를 것 같은 강한 믿음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은행과 대출 회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마구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신용도가 낮은(Subprime)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Mortgage),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시작이었습니다.

3. 빚을 황금으로? 위험을 감춘 마법의 금융상품
은행은 보통 대출을 해주면 만기까지 채무 불이행의 위험을 떠안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위험을 떠넘기면서 더 많은 돈을 벌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수많은 대출 채권을 한데 묶어 ‘MBS(주택저당증권)’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투자 은행들은 MBS 중에서도 부실 위험이 높은 서브프라임 등급 채권들만 따로 모아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신기하게도, 위험한 대출들을 모아놓은 이 상품은 신용평가사로부터 가장 안전하다는 ‘AAA’ 등급을 받았습니다. 부실한 빚이 마법처럼 황금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이 복잡한 과정 속에서 투자자들은 상품의 진짜 내용물보다는 ‘AAA’라는 껍데기만 믿고 묻지마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4. 붕괴의 시작: 집값이 하락하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영원할 것 같던 부동산 시장의 파티는 2006년 말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며 끝을 맞이했습니다. 집값이 대출 원금보다 낮아지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빚을 갚을 의지를 잃고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부실이 터지자, MBS와 CDO의 가치는 휴지 조각으로 변했고, 이 상품들에 투자했던 금융 기관들은 연쇄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의 파산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대형 투자 은행 베어스턴스가 헐값에 매각되었고, 마침내 9월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며 전 세계 금융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던 금융 시스템은 마치 도미노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5. 위기가 남긴 상처와 교훈: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리먼 사태 이후, S&P 500 지수는 고점 대비 57%나 폭락했고, 미국 실업률은 10%를 돌파했습니다. 이 위기는 탐욕스러운 금융 기관, 이를 방치한 정부, 무능한 신용평가사, 그리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 개인 모두의 책임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막대한 구제 금융을 투입했지만, 망가진 경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약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가들은 재차 부를 증식할 기회를 잡았지만, 수많은 서민들은 자산 축적의 기반을 잃으며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특히 경제는 더욱 순환합니다. 2008년의 위기는 우리에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쓰라린 교훈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