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끊어진 사다리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특히 지금의 청년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OECD 38개국 중 35개국에서 30대 청년이 집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모 세대보다 평균 2.8배, 한국은 4.2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는 차원을 넘어,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자체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계층 이동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2. 모든 것의 시작: 자산 가격의 폭등
어쩌다 이 튼튼했던 사다리는 끊어지게 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자산 가격이 노동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2차 세계대전 직후 폐허가 된 세계는 비교적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했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노동자 연봉의 두세 배 정도면 교회에 멋진 집을 살 수 있었고, 하버드 대학의 학비도 연봉의 일부로 충분히 감당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를 금과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닉슨 쇼크’ 이후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달러가 금이라는 족쇄에서 풀려나자 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급증했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습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은 수십 배씩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임금도 오르긴 했지만,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3. 마지막 희망의 시대, 그리고 금융위기
자산과 임금의 격차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한동안은 희망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어 복지를 늘리는 부의 재분배 시스템이 작동했습니다. 사회 안전망 덕분에 가난하게 태어나도 교육의 기회를 얻고, 성실히 일하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현실이 되던, 어쩌면 마지막 시대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양의 돈을 시장에 풀었습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다시 한번 폭등시켰습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경고처럼, 자산이 벌어들이는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앞지르면서 일해서 버는 사람들은 자산가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4. 코로나19가 찍은 마침표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습니다. 2020년, 전례 없는 위기 앞에 각국 정부는 또다시 돈을 푸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미국은 1년 만에 역사상 찍어낸 돈의 20%에 달하는 3조 달러를 더 찍어냈습니다. 이 막대한 유동성은 또다시 자산 시장으로 향했고, 집값은 이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수십 년을 모아도 닿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지만, 한번 올라간 핵심 지역의 자산 가격은 요지부동입니다. 이제 ‘성실한 노동’이라는 사다리는 완전히 끊어지고, 부모의 부가 자녀의 인생을 결정하는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5. 남겨진 숙제, 세대 갈등과 미래 시나리오
이러한 경제 구조의 변화는 극심한 세대 갈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는 월급을 받아 세금과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데, 자신들이 낸 세금이 이미 많은 자산을 가진 기성세대의 연금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사다리를 걷어차 놓고 위에서 손을 벌리는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물론 기성세대 역시 국가 발전을 이끌었고, 자녀 세대를 위해 헌신했다는 할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처지가 너무나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 앞에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세대 전체가 희생되는 암울한 미래, 혹은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또 다른 경제 위기, 그리고 가장 어렵지만 유일한 희망일 수 있는 정치적 결단입니다. 자산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소득세를 줄여 노동의 가치를 높이는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끊어진 사다리를 다시 연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