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부유함이 재앙으로, 하룻밤에 모든 것이 무너진 날
어제까지 억만장자였던 사람이 다음 날 길거리의 노숙자가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쟁이나 거대한 자연재해도 아닌, 단지 ‘숫자’의 붕괴만으로 한 나라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면 믿으시겠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이 모든 것은 1929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천문학적인 돈이 공기 중으로 사라졌고, 세계는 10년이라는 긴 어둠의 터널로 빠져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경제 재앙, ‘대공황’의 시작입니다.

1. 화려한 번영 뒤에 숨겨진 균열, 1920년대의 빛과 그림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대 미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전쟁 무기를 만들던 공장들은 자동차와 라디오를 쏟아냈고,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산업 혁명을 이끌었죠.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90분이면 충분했고, 가격은 크게 하락해 누구나 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라디오,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은 라디오 광고를 들으며 최신 제품을 원했습니다. 은행은 ‘일단 사고, 나중에 갚으라’며 손쉽게 돈을 빌려주었고, 도시는 마천루와 재즈 음악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함의 이면에는 깊은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농촌은 전쟁 특수가 끝나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빚더미에 앉았고, 도시는 신용과 빚으로 세워진 거대한 모래성과 같았습니다. 이발사, 구두닦이 소년까지 주식에 뛰어들었고, ’10달러만 있으면 1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마진 거래 광풍이 월스트리트를 덮고 있었습니다.

2. ‘검은 화요일’의 비극: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날
영원할 것 같던 번영에 대한 믿음은 1929년 10월, 산산조각 났습니다. 10월 24일 ‘검은 목요일’, 주식 시장은 11%나 폭락하며 불안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10월 29일,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검은 화요일’이 찾아왔습니다. 그날 주식 시장은 단순한 하락이 아닌,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습니다. 단 하루 만에 현재 가치로 2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270조 원이 넘는 돈이 사라졌습니다.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렸고, 투자자들은 절망에 쓰러졌습니다. 증권거래소 밖은 충격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어제까지의 부와 풍요는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종이 위 숫자의 증발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집과 저축, 미래와 꿈이 한순간에 연기가 되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3. 끝없는 절망의 터널: 무너진 은행과 굶주리는 사람들
주식 시장 붕괴는 끔찍한 연쇄 반응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고객의 예금을 위험한 주식에 투자했던 수천 개의 은행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예금자 보호 제도도 없던 시절, 은행의 파산은 곧 내 전 재산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절망해야 했습니다. 이 재앙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세계 무역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미국에서는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공장의 기계는 녹슬어 갔습니다. 도시에는 묽은 수프 한 그릇을 얻기 위한 줄이 끝없이 이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대평원에는 끔찍한 가뭄과 모래폭풍(더스트볼)이 닥쳐 농부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갔습니다.

4.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에게 남겨진 교훈
모두가 절망에 빠져있던 1933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입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는 곧바로 ‘뉴딜 정책’을 통해 수백만 개 일자리를 만들고, 댐과 다리, 학교를 지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만들어 금융 시장을 감독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통해 국민의 예금을 보호하는 등 경제의 뼈대를 뜯어고쳤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보장 제도의 기초도 이때 마련되었습니다. 대공황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빚어낸 비극이었지만, 인류는 그 잿더미 위에서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세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과도한 빚과 투기는 언제나 위기의 시작점이며, 신뢰와 절제는 회복의 원동력이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