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공간으로 세상을 읽다: 건축과 지정학의 연결고리
안녕하세요, 여러분! 최근 많은 분들이 공간과 지정학에 대한 제 생각에 대해 질문을 주셨습니다. 사실 제가 건축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지리학에 대한 깊은 흥미 때문이었습니다. 건축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공간을 다룬다면, 그 스케일을 도시와 국가, 나아가 전 세계로 확장하면 지정학이 됩니다. 지리적 조건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죠.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대륙의 형태라는 거대한 지리적 조건으로 인류의 역사를 설명했듯, 지정학은 더 짧은 시간 속에서 공간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과 지정학은 ‘공간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공통점을 가진, 무척이나 닮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일상의 공간감을 키우는 경험들
우리의 공간 지각 능력은 거대한 담론 속에서만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의 경험들이 우리를 공간 전문가로 만들죠. 예를 들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주차 로봇’은 좁은 주차 공간 문제를 해결해 줄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차를 빈틈없이 붙여주니 문을 열 때 겪는 불편함이 사라지겠죠. 또, 도심 속 거대한 인간 조형물은 어떤가요? 이는 수십 층짜리 빌딩과 인간 사이의 엄청난 스케일 격차를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을 키울 순 없으니, 나의 분신 같은 조각을 키워 빌딩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죠. 어린 시절의 ‘모래 놀이’ 역시 중요한 공간 훈련입니다. 손으로 흙을 파내고 공간을 만들며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와 주변 공간을 동시에 인지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코 안을 상상하며 코를 파는 행위마저 공간 지각 훈련의 일환일 수 있답니다.

3. 미국 없는 바다: 자유 무역의 종말과 새로운 비용
최근 ‘각자도생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질문을 받았던 주제입니다. 만약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던 미 해군이 전 세계의 바닷길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해적의 위협은 순식간에 증가할 것입니다. 용병을 고용하면 되지 않냐고요? 물론 가능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각 해역을 지나는 국가들이 ‘통행료’를 요구하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를 지날 때 막대한 비용을 내는 것처럼, 인도양은 인도가, 남중국해는 베트남이 자국의 해군을 동원하는 대가를 요구하겠죠. 우리나라로 석유를 실어오는 배가 7\~8개 나라의 해역을 지나며 통행료를 낸다면, 유가는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뛸지도 모릅니다. 미국이 그동안 사실상 공짜로 바다를 지켜준 것은 냉전 시대 동맹국 관리와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힘 덕분이었습니다. 그 두 가지 이유가 사라진다면, 자유 무역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4. 로봇이 여는 제조업의 귀환과 새로운 변수
미국처럼 인건비가 비싼 나라가 어떻게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여기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로봇의 노동력이 인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10년 뒤에는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인 로봇이 대부분의 제조업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옮길 이유가 사라지죠. 오히려 자국으로 공장을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높은 인건비라는 장벽이 기술로 인해 허물어지는 순간, 제조업의 지도는 완전히 새롭게 그려질 것입니다.

5. 미래 도시의 모델: 부와 재능은 어디로 모일까?
그렇다면 미래 시대의 부와 재능은 어디로 모일까요? 싱가포르는 외국인에게 개방적이지만, 현지인과 외국 고소득자 간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우리나라가 섣불리 외국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려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비슷하죠. 저는 이런 관점에서 21세기의 새로운 중심지로 ‘두바이’를 주목합니다. 두바이는 표면적으로는 신분 사회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 ‘무주공산’의 공간입니다. 돈만 있다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부를 누릴 수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죠. 철저히 사생활이 보장되는 도시 구조 역시 전 세계 부자들이 두바이로 모이는 이유입니다. 평등 사상이 강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모델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가 계속 어려워진다면, 우리도 언젠가 부와 성장을 위해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우리가 알던 좋은 시절을 계속 유지해 주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