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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경제 / 사회 / 정치

증세 없는 복지? 영국의 ‘스텔스 증세’가 한국에 던지는 현실적 경고

작성자 mummer · 2025-11-29

“부자 증세로 복지 확대?” 우리 모두의 질문, 영국에서 답을 찾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조금만 더 걷으면, 우리 복지를 늘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요즘 뉴스만 보면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생각입니다. 연금은 고갈된다고 하고, 복지는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부담은 왜 항상 평범한 우리들의 몫이 되는 걸까요? ‘증세 없는 복지’는 정말 가능한 꿈일까요? 오늘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라, 영국의 최신 예산안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최근 발표된 영국 예산안은 복지는 늘리면서도 노동자 세금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내걸었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이 숨어있습니다.

'스텔스 증세'의 마법, 소득세 과표 구간 동결

‘스텔스 증세’의 마법, 소득세 과표 구간 동결

영국 정부의 약속은 명쾌했습니다. 복지를 확대하고, 재정을 안정시키며, 노동자들의 소득세, 국민보험, 부가가치세 같은 핵심 세율은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표면적으로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예산안의 핵심에는 ‘소득세 과표 구간 동결’이라는 교묘한 장치가 숨어있었습니다. 원래 물가와 임금이 오르면 세금을 매기는 소득 기준선(과표 구간)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선을 2031년까지 꽁꽁 묶어두기로 한 것입니다. 당장 세율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임금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원래는 세금을 내지 않던 사람들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고, 이미 세금을 내던 사람들은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정부가 ‘증세’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늘어나는 ‘스텔스 증세(Stealth Tax)’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경제학자들은 이를 ‘피스컬 드래그(Fiscal Drag)’라고 부릅니다.

저축과 연금까지 파고든 세금 거두기 기술

저축과 연금까지 파고든 세금 거두기 기술

세금 부담 증가는 소득세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축과 연금 제도의 작은 변화를 통해서도 세수를 확보하는 전략이 포함되었습니다. 영국에는 ‘캐시 ISA’라는 비과세 예금 통장이 있는데, 연 2만 파운드까지는 이자 소득에 세금이 전혀 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한도를 1만 2천 파운드로 줄이고, 나머지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투자형 상품으로만 채우도록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투자를 꺼려 남은 돈을 일반 예금에 넣게 되면, 이전에는 내지 않았던 이자 소득세를 내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급여의 일부를 연금으로 전환해 세금을 아끼던 인기 절세 수단에도 연간 한도를 신설했습니다. 이처럼 비과세 혜택이라는 안전지대를 조금씩 줄여 과세 대상으로 돈을 밀어 넣음으로써, 정부는 더 넓은 기반에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복지 확대의 대가,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복지 확대의 대가,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물론 이렇게 더 걷은 세금은 의미 있는 곳에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두 자녀 제한’ 복지 제도를 폐지하여 아이 수만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지를 늘리고 서민 부담을 줄여주는 부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죠. 문제는 그 비용을 감당하는 방식입니다.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세 구간 동결, 저축 및 연금 과세 강화 등 사실상 모든 국민, 특히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조금씩 더 걷어가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노동자를 지킨다’는 말 뒤에 ‘스텔스 증세로 조용히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영국 예산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

영국 예산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

영국의 사례는 지금 한국의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부자 증세’나 ‘초고소득자 과세 강화’만으로 수십 조 원에 달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재정 안정까지 이루는 것은 정치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입니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결국 소득세, 보험료, 저축, 연금처럼 훨씬 더 넓은 기반을 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영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몇 년 후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증세 없는 복지’를 이야기할 때, 그 말 뒤에 어떤 숫자와 기술적인 장치들이 숨어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영국 예산안이 그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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