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전설의 몰락,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부활
‘모토로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레이저(RAZR)’ 폴더폰을 떠올리실 겁니다. 1973년 세계 최초의 휴대폰을 만들고 한때 통신 시장을 호령했던 제왕. 하지만 지금은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기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하죠. 정말 그럴까요? 사실 모토로라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화려하게 부활하여 미국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의 왕’으로 거듭났습니다. 오늘은 통신왕에서 보안왕으로 변신에 성공한 모토로라의 놀라운 생존 전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광의 시절과 추락의 시작
모토로라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휴대폰 통화 기록을 남겼고, 모바일 사업부 하나가 회사 전체 수익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죠. 2004년 출시된 ‘레이저’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 팔리며 모토로라를 다시 한번 업계 정상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던 위성통신 사업 ‘이리듐 프로젝트’의 실패로 큰 타격을 입었고,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삼성, LG 등 경쟁사들이 3G폰을 출시할 때 여전히 레이저의 파생 모델에만 매달렸고, 결정적으로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레이저의 신화에 취해있던 모토로라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핵심을 버리는 용기: 가장 고통스러운 선택
2008년, 모토로라의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휴대폰 사업은 계속된 적자를 기록했고, 시장은 이미 애플의 아이폰이 휩쓸고 있었죠. 이때 CEO 그렉 브라운은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회사의 근간이자 상징이었던 휴대폰 사업, 즉 소비자 사업(B2C)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애플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었습니다. 결국 2010년, 모토로라는 회사를 둘로 쪼개 휴대폰 사업부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에 매각합니다. 매출의 3/4을 차지하던 핵심 사업을 스스로 포기한, 기업 역사상 가장 고통스럽고 과감한 선택이었습니다.

보안의 왕으로 재탄생하다
소비자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뗀 모토로라에게 남은 것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상대하는 B2B 사업뿐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미래가 없어 보였던 이 사업에서 모토로라는 반전의 기회를 찾았습니다. 다양한 보안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고, 그중에서도 AI 기반 감시 솔루션 기업 ‘아비질론(Avigilon)’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무전 시스템에 AI 영상 분석 기술을 결합하여 강력한 통합 보안 플랫폼을 구축한 것입니다. 경찰차의 카메라와 경찰관의 바디캠이 촬영한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협을 감지하고, 911 센터와 동료들에게 자동으로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이죠. 이 덕분에 현재 모토로라 매출의 1/3은 공공 안전 기관에서 나올 정도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안전과 감시,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모토로라의 AI 보안 시스템은 이제 경찰뿐만 아니라 총기 사건 위험이 상존하는 학교, 병원, 대형 콘서트장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을 투입해도 어려운 일을 AI가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해내기 때문이죠. 슈퍼볼과 같은 초대형 행사에서도 모토로라의 시스템이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중요한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이 아무리 선하더라도, 모든 것을 감시하는 시스템은 개인 정보 침해와 ‘감시 국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기술의 효율성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는 모토로라와 우리 사회 모두에게 남겨진 중요한 숙제입니다.

결론: 위기를 기회로 바꾼 용기
지난 20년, 모토로라는 몰락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극적인 역사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휴대폰 사업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 변화에 뒤처졌을 때 과감히 핵심 사업을 포기하는 용기를 냈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선택이 있었기에, 한때 모토로라를 추월했던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모토로라는 더 강력하게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열기 위해서는 때로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모토로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