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인터스텔라의 그 장면, 정말 가능할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를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일행이 ‘밀러 행성’에서 보낸 단 3시간이, 우주선에서 기다리던 동료에게는 무려 23년이라는 세월로 흘러가 버렸죠.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오늘 이야기에 주목해 주세요.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시간’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탐험을 지금부터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1. 시간, 어떻게 이해되어 왔을까? 고대부터 아인슈타인까지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의 변화나 사건을 기준으로 시간을 이해한 것이죠. 하지만 근대 과학의 아버지 뉴턴은 시간을 배우가 있든 없든 존재하는 ‘절대적인 무대’로 보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무대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요. 이 견고했던 시간 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입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혀있는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무거운 볼링공이 고무판을 움푹 패이게 하듯, 태양이라는 거대한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하고 지구는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돌고 있다는 것이죠. 시간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우주의 사건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상대적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2. ‘인터스텔라’ 밀러 행성의 비밀, 과학적 팩트 체크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밀러 행성의 극단적인 시간 지연은 행성 자체의 중력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옆에 있는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상상을 초월하는 중력 때문이죠.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영화와 같은 시간 지연이 실제로 일어나려면 밀러 행성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경계)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빛의 속도의 60\~70%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공전해야만 합니다.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치는 이유 역시 블랙홀이 행성의 물을 끌어당기는 기조력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죠. 물론, 작은 비행선으로 그 강력한 중력권을 탈출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니, 이 부분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남겨두어야겠습니다.

3. 어쩌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최근 물리학계에서는 “시간이 과연 실재하는가?”라는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블록 우주론(Block Universe)’은 우주 전체를 과거, 현재, 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기록된 하나의 거대한 ‘블록’으로 봅니다. 우리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듯, 시간 역시 그저 또 하나의 차원일 뿐이라는 것이죠. 인터스텔라 후반부, 주인공 쿠퍼가 책장 뒤 5차원 공간에서 딸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바로 이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도구일 뿐, 환상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사건들이 변할 뿐이라는 도발적인 생각이죠.

4. 결론: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지만,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면서도, 인류가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물리량이 바로 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현대의 원자시계는 불과 몇 cm의 높이 차이로 인한 미세한 중력 변화와 시간 지연 효과까지 측정해낼 정도니까요. ‘시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대 물리학자까지 이어진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깊은 질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 그 강의 실체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