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처벌받는다고요?
최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대표에게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이 사건은 ‘공익’을 위한 행동이냐, ‘사적 제재’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이 된 법 조항이 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입니다. “아니, 거짓말도 아니고 사실을 말했는데 왜 죄가 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드실 텐데요.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사실적시 명예훼손, 이번 기회에 정말 사라질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2. ‘사실적시 명예훼손’, 왜 만들어졌고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 형법은 명예훼손죄를 ‘허위사실’을 말한 경우와 ‘사실’을 말한 경우로 나누어 처벌합니다. 말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해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을 때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성립되죠. 물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공익성을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 법은 1953년, 개인의 명예를 중시하던 유교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만들어졌는데요. 이로 인해 미투, 학폭, 직장 내 괴롭힘 등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에게 역고소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3. 우리만 있는 법? 해외 사례는 어떨까요?
이런 법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걸까요?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입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서구권 국가 대부분은 명예훼손을 형사 범죄로 보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다룹니다. 특히 ‘거짓’을 말했을 때만 문제 삼는 경향이 강하죠. 반면 독일, 일본 등 우리와 비슷한 법 조항을 가진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진실’임이 증명되거나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면 대부분 처벌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여겨집니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역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 여러 차례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4. 70년 묵은 법의 폐지, 기대와 우려 사이
만약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내부고발이나 사회고발이 훨씬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처벌의 위험 없이 부조리를 드러낼 수 있어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법이 사라지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장치가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조회수를 노린 ‘사이버 렉카’나 악의적인 신상털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고,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민감하지만 사실인 정보가 한번 퍼지면 주워 담을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 두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5. 끝나지 않은 논쟁, 당신의 생각은?
2021년, 헌법재판소는 “한번 훼손된 명예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5:4, 아슬아슬한 차이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다시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70년 넘게 유지된 이 법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말할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받을 권리,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