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0원 뚫은 환율, 범인은 ‘서학개미’?
요즘 ‘환율 왜 이렇게 높아?’라는 말,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으시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서며 우리 경제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마치 2009년 금융위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수치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서학개미’, 즉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언급하며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말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지금의 고환율 사태를 만든 주범일까요?

서학개미의 항변: “왜 우리 탓만 하나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많은 서학개미 투자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국가가 관리해야 할 환율 문제의 책임을 왜 개인에게 떠넘기냐는 것이죠. 실제로 해외 투자 규모만 보면 국민연금(약 34%)이 개인 투자자(약 23%)보다 훨씬 큽니다. 하지만 유독 서학개미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두 달간 이들의 해외 주식 매수세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마치 이들이 환율 상승을 주도한 것처럼 보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 기술주 등으로 눈을 돌린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들
사실 환율 상승을 단순히 서학개미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더 크고 복합적인 원인들이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입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5%p나 높아지면서, 더 높은 이자를 주는 달러를 가지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여기에 기업들도 미래의 해외 투자를 위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쌓아두는 현상도 달러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기업 신뢰 부족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투자자들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만드는 ‘퍼펙트 스톰’이 형성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 동원 논란과 진정한 해법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외환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환율 협의체를 꾸렸지만, 이는 국민의 노후 자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적인 처방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해답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즉 ‘펀더멘탈’을 키우는 데 있습니다. 금리 정책을 정상화하고, 잠재 성장률을 높여 한국 시장 자체를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정 집단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우리 경제의 매력도를 높이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