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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AI/IT / 경제

독일 경제의 심장, 지멘스는 어떻게 스스로를 해체하고 부활했나?

작성자 mummer · 2025-12-03

들어가는 말: 거대 공룡, 스스로를 해체하다

들어가는 말: 거대 공룡, 스스로를 해체하다

미국 기술력의 상징이 GE라면, 유럽에는 그에 버금가는 거인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 경제의 심장이라 불리는 ‘지멘스’입니다. 독일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9%에 달해, 지멘스가 흔들리면 독일 전체가 휘청일 정도죠. 한때 발전소, 항공 엔진부터 가전제품까지 손대지 않는 사업이 없어 ‘산업의 제왕’으로 불렸던 이 거대 기업이 어느 날 스스로를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20년에 걸친 긴 침체의 끝에서, 지멘스는 어떻게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기술 제국으로 부활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그 놀라운 변화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잘나가던 '유럽의 GE', 위기의 징조

1. 잘나가던 ‘유럽의 GE’, 위기의 징조

지멘스의 역사는 1847년 전신 회사로 시작해 1866년 ‘전기 발전기’라는 운명적 발명품을 통해 전력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지멘스는 명실상부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발전 설비 분야에서는 GE의 유일한 라이벌이었고, 고속 철도와 의료 장비, 특히 ‘EWSD’라는 디지털 전자 교환 시스템을 통해 통신 시장을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영광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통신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은 수익성 낮은 발전 사업과 밑 빠진 독처럼 돈을 쏟아부어야 했던 반도체 사업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선두 주자인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결과는 매년 쌓이는 적자뿐이었습니다.

2. '느리고 비효율적인 공룡'의 첫 번째 수술

2. ‘느리고 비효율적인 공룡’의 첫 번째 수술

1990년대, 지멘스의 위기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야심 차게 인수한 컴퓨터 회사와의 시너지 실패, 노키아와 에릭슨에 밀려버린 휴대폰 사업의 좌절, 주력 사업의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며 ‘실패 종합세트’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지멘스를 ‘경쟁사보다 비용은 높은데 경쟁 문화는 없고, 너무 느리며 수익성도 낮은 회사’라고 혹평했습니다. 수많은 사업부를 거느린 거대한 몸집과 합의를 중시하는 독일 특유의 기업 문화가 맞물려 의사결정은 한없이 느리고 관료주의는 팽배했던 것입니다. 결국 지멘스는 90년대 후반, ‘1등과 2등이 아니면 모두 버린다’는 당시 유행하던 경영 이론을 받아들여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합니다. 반도체 부문(현 인피니온)을 분사하고, 적자 사업들을 과감히 매각하며 군살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3. 사상 최악의 스캔들,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

3. 사상 최악의 스캔들,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

성과 중심의 문화와 구조조정은 빠르게 효과를 보는 듯했습니다. 2001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주가는 급등했고, 매출과 이익 모두 개선되며 거인의 부활을 알리는 듯했죠. 하지만 숫자만 쫓는 문화는 예상치 못한 재앙을 낳았습니다. 2006년, 전 세계를 뒤흔든 지멘스의 조직적인 뇌물 스캔들이 터진 것입니다.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닌, 전사적 차원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며 계약을 따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지멘스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고 이사회가 전면 교체되는 대수술을 겪으며, 역사상 최초로 외부 출신 CEO를 영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4. 거인을 해체하고 '기술 제국'을 세우다

4. 거인을 해체하고 ‘기술 제국’을 세우다

진정한 변화는 2013년, 30년 넘게 지멘스에서 일한 재무 전문가 조 케저가 CEO로 취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회사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찾고, ‘전략적 해체’를 선언합니다. 이는 20년간 이어진 부진의 원인이 문어발식 확장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는 먼저 조명(오스람), 가전(보쉬에 매각) 등 B2C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이후 핵심 사업부였던 헬스케어(지멘스 헬시니어스)와 발전·전력(지멘스 에너지) 부문까지 독립 상장시키는 대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각 사업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지멘스 본체는 고수익 기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변화의 끝에, 지멘스는 산업 자동화, 디지털화, 고속 열차 등 핵심 기술에 집중하는 날렵하고 강한 ‘기술 기업’으로 완벽하게 재탄생했습니다. 20세기의 거대 공룡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넘어,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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