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뭐하는 회사야?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미스터리 기업
요즘 미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팔란티어(Palantir)’일 것입니다. 작년에만 주가가 340% 폭등하며 S&P 500 기업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올해 초에는 한 달 만에 70%가 넘게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목록 상위에도 단골로 등장하죠. 하지만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팔란티어, 그래서 도대체 뭐 하는 회사야?”라고 물으면 명쾌하게 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가치 평가의 대가조차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니, 이 기업이 얼마나 독특하고 고유한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방산 기업, 누군가는 데이터 컨설팅 회사, 또 다른 누군가는 AI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부르는 미스터리 기업 팔란티어. 오늘 그 정체를 속 시원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테러의 비극에서 탄생한 천리안, 팔란티어의 시작
팔란티어의 시작을 이해하려면 2001년 9월 11일, 그라운드 제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우리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했다면 9.11 테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이 회사를 구상했습니다. 회사 이름 ‘팔란티어’ 역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적을 감시하고 정보를 탐색하는 ‘천리안의 돌’에서 따왔습니다. 이들의 비전은 9.11 테러로 안보 위기를 느낀 미국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CIA는 자체 벤처 펀드를 통해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고, FBI, 국토안보부 등 정부 기관들이 핵심 고객이 되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팔란티어의 기술이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성은 더욱 높아졌죠. 이러한 탄생 배경은 팔란티어의 정체성을 규정했습니다. CEO 알렉스 카프는 지금도 “서구, 그중에서도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핵심 미션”이라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반서방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기술, 팔란티어의 핵심 ‘온톨로지’
그렇다면 팔란티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요?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죠. 팔란티어는 바로 여기저기 흩어진 ‘데이터 구슬’을 모아 의미 있는 ‘보배’로 만들어주는 일을 합니다. 그 중심에는 ‘온톨로지(Ontology)’라는 핵심 기술이 있습니다. 온톨로지는 엑셀, PDF, 이미지, 텍스트 등 제각각인 형태의 데이터에 의미와 관계를 부여해 하나의 틀로 통합하고 재정의하는 모델링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이 찍은 지도 데이터는 자동차와 연결되면 ‘내비게이션’이 되지만, 정찰 드론과 연결되면 ‘적군 탐지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온톨로지는 데이터를 조직의 목표에 맞게 분류하고 가공하여 사람이든 AI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미국 통신사 AT&T는 5년 걸릴 작업을 3개월 만에 끝냈고, 배터리 회사 클라리오스는 4시간 걸리던 공급망 관리 업무를 단 몇 분 만에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쟁터를 넘어 공장까지
팔란티어는 정부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민간 시장으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정부 고객을 위한 운영체제가 ‘고담(Gotham)’이라면, 민간 기업용 운영체제는 ‘파운드리(Foundry)’입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담 소프트웨어가 우크라이나의 ‘눈’이 되어주면서 방산 기업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사실 매출 성장률은 민간 부문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3년 출시한 AI 플랫폼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가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AIP는 잘 정리된 온톨로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픈AI의 챗GPT나 메타의 라마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고객사 운영체제에 통합시켜 줍니다. 덕분에 고객사들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죠. 최근에는 제조업에 특화된 ‘워프스피드’까지 내놓으며 HD현대중공업, 삼양식품 등 국내 기업들도 고객사로 확보했습니다.

성장성과 리스크 사이, 팔란티어의 미래는?
팔란티어는 지난 4분기, 매출 성장률과 영업 이익률을 더한 값이 81%에 달하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증명했습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될 경우 국방 및 안보 예산 확대로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주가’입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600배가 넘어,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대다수가 ‘매수’를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골드만삭스조차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때문에 중립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초기 투자자는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대거 매도한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오히려 지분을 늘리는 등 큰손 투자자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과연 팔란티어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현재의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오늘이 가장 싸다는 믿음과 너무 비싸다는 우려 사이, 현명한 판단은 결국 투자자의 몫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