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 AI 제국의 정체, 팰런티어(Palantir)를 아시나요?
요즘 미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팰런티어(Palantir)’일 겁니다. 작년에만 주가가 340% 폭등하고,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에 연달아 편입되며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래서 팰런티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가치 평가의 대가조차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니, 그 정체가 얼마나 베일에 싸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죠. 누군가는 방산 기업, 누군가는 데이터 컨설팅 회사, 또 다른 누군가는 AI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부릅니다. 오늘, 안갯속에 가려진 AI 제국, 팰런티어의 정체를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9/11 테러가 낳은 천리안, 팰런티어의 탄생 비화
팰런티어의 시작을 이해하려면 2001년 9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9/11 테러를 보며 ‘만약 흩어진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했다면 테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바로 팰런티어의 씨앗이 되었죠. 회사 이름 역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천리안의 돌’에서 따왔습니다. 팰런티어는 설립 초기부터 CIA의 투자를 받으며 대테러 활동을 위한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고,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크게 기여하며 그 명성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팰런티어는 ‘미국과 서방 세계를 가장 강력하게 만드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고 있으며, 지금도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반서방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는 확고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팰런티어의 핵심 기술 ‘온톨로지’
그렇다면 팰런티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이 팰런티어의 역할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세상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데이터(구슬)를 모아, 의미 있는 관계를 찾아내고,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꿰어 진짜 보물로 만들어주는 것이죠. 이 과정의 핵심에 바로 ‘온톨로지(Ontology)’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온톨로지는 엑셀, PDF, 이미지, 센서 데이터 등 제각각인 정보들에 의미와 관계를 부여하는 모델링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 사진 데이터는 내비게이션과 연결되면 ‘최적 경로’를 찾는 데 쓰이지만, 군사 드론과 연결되면 ‘적의 위치’를 추정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의 맥락을 컴퓨터와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어, 고객이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 팰런티어 기술의 본질입니다.

전장에서 공장까지, 두 얼굴의 제국: 고담, 파운드리, 그리고 AIP
팰런티어는 크게 두 개의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와 국방 기관을 위한 ‘고담(Gotham)’ 플랫폼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이 고담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저항한 사례는 매우 유명하죠. 둘째는 금융, 제약, 에너지 등 민간 기업을 위한 운영체제 ‘파운드리(Foundry)’입니다. 최근에는 HD현대중공업, 삼양식품 등 국내 기업들도 파운드리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플랫폼 위에 최근 ‘AI 플랫폼(AIP)’을 출시했습니다. AIP는 오픈AI의 챗GPT나 메타의 라마 같은 다양한 AI 모델을 고객사의 데이터에 안전하게 통합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잘 정리된 데이터(온톨로지) 위에 강력한 AI 엔진(AIP)을 얹어주니, 고객들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날개를 달게 된 셈입니다.

투자자의 딜레마: 혁신인가, 거품인가? 팰런티어의 리스크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팰런티어에도 그림자는 있습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평가입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600배를 넘어서는 등,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죠. 월스트리트 전문가들 다수가 ‘매수’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계속해서 주식을 매도하는 점, 그리고 친미적인 회사 정체성 때문에 해외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힙니다. 결국 팰런티어는 투자자에게 딜레마를 안겨줍니다.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기에 오늘이 가장 싼 가격’이라고 믿어야 할까요? 아니면 ‘미래의 성장 가치까지 모두 반영된 위험한 거품’이라고 판단해야 할까요? 그 선택은 결국 투자자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