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도대체 HBM이 뭐길래 이렇게 뜨거울까요?
AI 혁명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흔히 CPU와 GPU를 이야기하는데, 이를 쉽게 비유해 볼까요? CPU는 소수의 석학 박사들이 모인 연구소와 같습니다. 미분적분 같은 어려운 문제를 순서대로 하나씩 완벽하게 풀어내죠. 반면 GPU는 수만 명의 중학생이 모인 거대한 강당입니다. 덧셈, 뺄셈 같은 단순 계산을 동시에 엄청나게 많이 처리하는 ‘병렬 처리’ 방식이죠. AI는 바로 이 GPU 방식의 대규모 연산이 필수적입니다. 그럼 이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문제를 나눠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이때 등장하는 것이 HBM(High Bandwidth Memory), 즉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기존 D램이 연구소 옆 작은 대기실이라면, HBM은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높이 쌓아올려, 강당에 있는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한 번에 대량의 문제지(데이터)를 빠르고 넓은 길(대역폭)로 공급하는 거대한 ‘데이터 아파트’인 셈입니다.

‘갑질’ 논란? TSMC의 자신감과 삼성에게 찾아온 기회
현재 AI 칩 생산의 최강자는 대만의 TSMC입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죠. 최근 TSMC는 장기 계약 고객에게조차 매년 5\~10%씩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보통 장기 계약은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값을 올리겠다는 것은 “우리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엄청난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런 독주는 고객들에게 부담을 주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습니다. TSMC의 독주에 지친 고객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삼성은 TSMC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술 격차를 줄이고 수율을 안정시키면서, ‘TSMC의 비싼 갑질’에 지친 고객들이 삼성으로 발길을 돌리는 ‘낙수효과’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만 정답은 아니다! ‘탈엔비디아’ 동맹과 삼성의 저력
AI 칩 시장이 엔비디아 천하라고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들은 너무 비싸고 전력 소모가 큰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만드는 칩은 엔비디아처럼 HBM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반 D램과 저전력 D램(LPDDR)을 대거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더 많이 만들수록 삼성의 주력 제품인 일반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만든 칩을 생산할 공장, 즉 파운드리가 필요한데, TSMC는 이미 엔비디아와 애플 물량만으로도 꽉 차 있는 상황이죠. 결국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삼성 파운드리로 향하게 됩니다.

‘진짜’가 온다! 메모리 슈퍼 사이클과 삼성전자의 미래
진정한 기회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버용 D램 시장에 엄청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폭증으로 수요는 35%나 급증하는데, 공급은 과거의 아픔(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기억하는 제조사들의 신중한 증설로 20% 증가에 그칠 전망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이는 D램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부진했던 HBM 분야에서도 HBM4부터는 SK하이닉스와 대등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어, 일반 메모리와 HBM 양쪽에서 삼성의 눈부신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한 시점입니다. AI 시대의 최종 승자를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