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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문화/취미 / 사회

음악의 끝을 알리는 호랑이? 신비로운 전통악기 ‘어(敔)’ 이야기

작성자 mummer · 2025-12-06

음악의 끝을 알리는 백호의 포효, 들어보셨나요?

음악의 끝을 알리는 백호의 포효, 들어보셨나요?

호랑이가 엎드려있는 모습을 한 독특한 악기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부리부리한 눈, 날카로운 송곳니, 그리고 등을 따라 뾰족하게 솟아오른 갈기까지, 영락없는 백호의 모습입니다. 이 악기는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궁중 제례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타악기 ‘어(敔)’입니다. 오늘은 음악의 시작이 아닌, 장엄한 끝을 알리는 특별한 임무를 가진 악기, ‘어’의 신비로운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백호의 모습을 한 신성한 악기, '어(敔)'

백호의 모습을 한 신성한 악기, ‘어(敔)’

‘어’는 엎드린 호랑이의 형상을 나무로 깎아 만든 악기입니다. 등에는 27개의 톱니가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박혀있죠. 이 악기는 궁중 음악, 그중에서도 격식이 높은 ‘아악(雅樂)’에 편성되며, 특히 종묘제례악이나 문묘제례악 같은 제사 음악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어’는 그 모습만큼이나 신성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단순한 소리를 넘어 음악의 질서와 끝을 관장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음악의 시작과 끝, '축(祝)'과 '어(敔)'의 조화

음악의 시작과 끝, ‘축(祝)’과 ‘어(敔)’의 조화

‘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바로 ‘축(祝)’입니다. ‘축’은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동쪽에 ‘축’을 두고 음악을 시작하고, 서쪽에 ‘어’를 두어 음악을 마치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자연의 섭리와 우주의 질서를 음악에 담아낸 것입니다. 이처럼 ‘축’과 ‘어’는 시작과 끝이라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제례악의 장엄함을 완성합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어'의 연주법

단순하지만 강렬한, ‘어’의 연주법

‘어’의 연주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견(籈)’이라고 불리는, 대나무 끝을 9조각으로 쪼개어 만든 채를 사용합니다. 연주자는 음악을 끝낼 때, 먼저 호랑이의 머리를 세 번 ‘탁, 탁, 탁’ 가볍게 칩니다. 이는 음악이 곧 끝난다는 신호입니다. 그 후, 대나무 채로 호랑이의 등줄기에 있는 톱니를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드르륵’ 하고 한 번 긁어내리며 음악의 완전한 마침을 알립니다. 이 짧고 강렬한 소리는 모든 소리를 거두고 예를 마친다는 엄숙한 선언과도 같습니다.

단순한 악기를 넘어, 예를 담은 상징

단순한 악기를 넘어, 예를 담은 상징

오늘 함께 알아본 ‘어’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질서와 순리를 담은 상징물입니다. 또한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고 의식을 경건하게 마무리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국악 공연이나 종묘제례악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면, 웅장한 음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백호 ‘어’의 힘찬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속에서 우리 음악이 가진 깊은 철학과 아름다움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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