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달콤한 설렘, 슈톨렌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하얀 겉모습,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다채로운 속재료가 가득한 단면.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우리를 찾아오는 특별한 디저트, 바로 슈톨렌입니다. 독일의 유서 깊은 크리스마스 전통 케이크인 슈톨렌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조금씩 썰어 먹는 즐거움이 담겨 있죠.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슈톨렌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유명 베이커리에서는 사전 예약 없이는 맛보기 어렵고, 심지어 1분 만에 품절되는 ‘슈톨렌 대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1년에 단 3000개만 생산되어 애타게 재입고 소식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 마성의 디저트, 그 특별한 매력을 찾아 경기도 양평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떠나봤습니다.

2. 홍대에서 양평으로, 장작불에 구운 빵의 꿈
‘쉐즈롤’ 김원선, 김영식 부부 사장님의 슈톨렌은 단순한 빵이 아닌, 그들의 꿈과 열정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원래 홍대에서 성공적으로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부부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장작불에 빵을 굽고 싶다’는 오랜 염원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홍대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 속 양평으로 귀촌을 결심했죠. 양평의 추운 겨울,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손님이 뜸해지는 시골의 비수기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슈톨렌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 10년 전. 처음 60개로 시작했던 슈톨렌은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들만의 노력을 통해 이제는 연간 3000개 생산을 넘어 1분 품절 신화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3. 1년의 기다림이 만든 특별한 풍미
쉐즈롤 슈톨렌의 놀라운 성장은 바로 ‘특별한 비결’에 있습니다. 사장님 부부는 “한 조각을 먹어도 제대로 먹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향과 맛을 묵직하게 만들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자마자 다음 해에 쓸 과일을 1년 동안 직접 숙성시키는 정성을 쏟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뒤집어가며 정성껏 관리된 건과일은 그 자체로 깊은 풍미를 머금게 되죠. 여기에 직접 로스팅한 견과류, 그리고 아몬드를 곱게 갈아 설탕과 섞은 마지팬(쉐즈롤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마지팬으로 다양한 맛을 선사합니다)이 더해져,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슈톨렌이 탄생합니다.

4. 숙성이 선사하는 마법: 오늘 굽고 일주일 후 맛보다
이렇게 정성껏 반죽된 슈톨렌은 오븐에서 구워진 후, 맨 빵 상태로 버터 코팅을 거쳐 눈처럼 하얀 슈가 파우더를 듬뿍 입히는 과정을 거칩니다. 언뜻 보면 바로 먹어도 될 것 같지만, 사장님 부부는 ‘일주일 숙성 후’ 맛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직접 구운 직후의 슈톨렌은 부드럽고 촉촉하며 약과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 일주일 숙성된 슈톨렌은 꾸덕하고 묵직한 식감에 훨씬 더 깊고 응축된 풍미를 자랑합니다. 마치 영양찰떡 같은 식감에 구움 과자류의 고급스러움을 더한 듯한 맛은 숙성이 가져다주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실제로 1년 숙성된 슈톨렌도 맛봤을 때 놀라움을 선사할 만큼 보존력이 뛰어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고 합니다.

5. 행복을 굽는 부부의 지속 가능한 베이킹
놀라운 인기를 생각하면 더 많은 슈톨렌을 생산할 법도 하지만, 쉐즈롤 부부는 연간 3000개 생산량을 고수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제일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는 수량이 최대 3000개”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게 빵을 만들 때 최고의 맛이 나온다는 철학은 물론, 일상에 여유를 놓지 않는 것이 10년 넘게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매년 3\~4주간의 휴가를 통해 여행을 다니고 산을 오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부부의 모습은 단순히 맛있는 빵을 넘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진정한 장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쉐즈롤의 슈톨렌은 그렇게, 기다림과 정성, 그리고 행복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