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화려한 등장 뒤 감춰진 비극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연일 매체에 등장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군부의 호위를 받으며 권력의 중심에 서는 그녀의 모습은 북한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피로 얼룩진 과거의 비극이 숨어 있습니다. 어쩌면 김주애가 서 있는 그 자리가 한 형제의 처절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입니다. 오늘은 단순한 살인을 넘어 한 편의 첩보 영화 같았던 그날의 진실을 구체적인 증거들과 함께 파헤쳐 봅니다.

5년간 기다린 살인 명령: 김정남, 권력의 희생양이 되다
김정남 암살은 갑작스러운 충동이 아니었습니다. 국정원과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부터 내려진 “반드시 처리해야 할 취소되지 않는 명령”, 즉 스탠딩 오더였습니다. 무려 5년 동안이나 실행을 기다려 온 살인 명령이었죠. 김정일의 장남으로 한때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김정남은 2001년 도쿄 디즈니랜드 밀입국 사건으로 아버지의 눈밖에 나 해외를 떠돌게 됩니다. 그는 권력에 욕심이 없었고, 2012년 동생 김정은에게 “나와 내 가족을 살려 달라. 우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칠 곳은 자살뿐이다”라는 처절한 호소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이 편지는 형의 항복 문서가 아닌, 여전히 살아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알람일 뿐이었습니다.

2.33초의 악몽: 공항 한복판에서 벌어진 잔혹극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평온한 아침이었습니다. 오전 9시경, 옅은 회색 티셔츠를 입은 김정남이 무인 발권기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죠. 그때, 화면 왼쪽에서 한 여성이 그의 시선을 끌고, 동시에 뒤쪽에서 또 다른 여성이 달려들어 김정남의 목을 낚아채듯 얼굴을 감쌉니다. 마치 장난인 듯, 습격인 듯한 기묘한 장면은 단 2.33초 만에 벌어졌습니다. 두 여성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유유히, 하지만 신속하게 사라졌습니다. 공격을 당한 김정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공항 안내 데스크로 가 “누군가 내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 눈이 너무 따갑다”고 말했습니다. 의무실 도착 후 30분 만에 그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 중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했습니다. 공항에 들어선 지 불과 2시간 만에 그의 인생은 완전히 종료되었습니다.

VX 신경작용제: 북한의 소름 끼치는 과학적 살인
부검 결과, 김정남의 안구, 입술, 혈액에서 검출된 것은 맹독성 신경 작용제 VX였습니다. VX는 살인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한, 인류가 만든 최악의 화학무기입니다. 피부에 닿기만 해도 신경계를 마비시켜 질식사를 유발하죠. 그런데 맨손으로 VX를 바른 두 여성은 왜 죽지 않았을까요? 여기에 북한의 소름 끼치는 과학적 계산, 즉 “이원화 화학무기 방식”이 숨어 있었습니다. 공작원들은 한 여성의 손에는 A 성분을, 다른 여성의 손에는 B 성분을 발라주었습니다. 김정남의 얼굴 위에서 두 사람의 손길이 겹치는 그 순간, A와 B가 반응하여 맹독성 VX로 변한 것입니다. 점막이 많은 부위에 이 액체가 범벅이 되었던 김정남은 급격한 중독으로 사망했고, 손바닥에만 묻고 즉시 씻어낸 여성들은 경미한 중독 증상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고도로 훈련된 공작원과 화학 무기를 이용한 치밀한 암살 작전을 실행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망명 정부설과 권력의 메시지: 끝나지 않은 비극
왜 하필 모두가 오가는 공항에서, 화학 무기까지 써가며 보란 듯이 죽여야 했을까요? 당시 탈북민 사회와 국제 정보망에서는 김정남을 수장으로 하는 북한 망명 정부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김정남이 가족의 안전을 위해 서방 국가나 한국으로의 망명을 진지하게 타진하고 있었고, 이것이 김정은의 정보망에 포착되었다는 것이죠. 김정은에게 형이 적대 세력의 구심점이 되어 자신을 대체할 권력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건 직후 김정은은 평소와 달리 초점 없는 표정으로 행사에 나타났는데, 이는 불안감 혹은 권력을 완성했다는 허탈감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김정남 암살은 “나를 위협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 제거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사라진 것은 김정남뿐만이 아닙니다. 그의 아들 김한솔 또한 첩보 영화 같은 탈출극을 벌인 뒤 어딘가에서 숨죽여 살고 있으며, 김정은에게는 언제든 칼을 겨눌 수 있는 마지막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이 끔찍한 로열 패밀리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화려하게 등장한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보며, 우리는 잊혀진 김정남의 마지막 표정을 기억해야 합니다. 권력의 속성은 변하지 않으며, 그 잔혹한 역사는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