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 풍요 속의 방황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미국 청년층의 32.2%가 정신 질환을, 고등학생의 40%가 지속적인 슬픔과 불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1년에 7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40대 이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충격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해 보입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우울과 불안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선 근원적인 이유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신은 죽었다’: 절대적 가치의 붕괴와 허무주의의 도래
니체의 유명한 선언 “신은 죽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는 단순히 무신론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종교와 전통을 통해 삶의 목적과 의미, 도덕적 기준을 부여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특별한 존재라는 기독교적 세계관처럼, 견고한 믿음 체계는 고통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종교 개혁, 과학 혁명, 그리고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이러한 절대적 가치들은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신의 섭리 대신 이성과 과학의 힘을 증명했고,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인간 이성을 철학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이로써 신과 전통이 제시하던 절대적 가치는 그 힘을 잃었고, 이성과 과학이 새로운 진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거대한 가치의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공허함을 채우려던 가치들의 허망한 끝: 이념과 소비주의
니체는 신을 잃은 인간이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이념이나 집단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실제로 20세기 초, 공산주의, 파시즘, 민족주의와 같은 거대한 이념들은 개인에게 새로운 정체성과 삶의 목적을 부여하며 절대적 가치 행세를 했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냉전 종식은 이러한 이념들이 결국 인류에게 파국을 가져왔음을 증명하며 몰락시켰습니다. 그 이후, 종교와 이념이 남긴 공백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돈’과 ‘소비’였습니다. 브랜드가 정체성이 되고, 더 좋은 차와 집, 높은 연봉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습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성공의 공식은 물질적 풍요가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모두를 끊임없이 달리게 만들었죠. 과거에는 이 목표를 향한 ‘다음 단계’가 분명히 존재했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이러한 ‘성공의 사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절망감은 허무주의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허무주의를 넘어: 나만의 ‘다음’을 창조하는 삶
니체는 허무주의가 반드시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허무주의를 ‘수동적 허무주의’와 ‘능동적 허무주의’로 구분합니다. 수동적 허무주의가 ‘어차피 의미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체념이라면, 능동적 허무주의는 ‘가치가 없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니체는 이를 ‘힘의 의지(Will to Power)’라 부르며, 생명체라면 누구나 단순히 생존을 넘어 스스로를 확장하고 능력을 발휘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곧 자기 극복의 과정입니다.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의 기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를 정립하고, 작은 목표들을 세워 성취하며 한계를 넘어설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부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옭아매는 절대적 가치들을 내면에서 해체하고 자신만의 다음 단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고,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며, 스스로의 열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허무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우리 각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입니다. 여러분의 ‘다음’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