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재생 에너지의 숨겨진 난제, 그리고 ESS의 등장
여러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언제’ 전기를 생산하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한낮 태양이 쨍할 때는 전기가 남아돌지만, 해가 지고 온 집안의 불이 켜지는 저녁 시간에는 전기가 부족해지는 아이러니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 ‘시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핵심 기술이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ESS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 회사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수십 톤짜리 콘크리트 블록을 움직여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 볼트(Energy Vault)’입니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든 ‘중력 배터리’의 탄생
광활한 평원에 우뚝 솟은 거대한 철골 구조물. 마치 초대형 타워 크레인처럼 보이는 이 시스템은 낮 동안 태양광과 풍력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해 수십 톤의 콘크리트 블록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전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저녁 시간에는 이 블록들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모터를 역회전시켜 다시 전기를 생산해냅니다. 에너지 볼트가 세상에 내놓은 ‘중력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핵심 원리입니다. 물을 이용하는 양수 발전이 거대한 ‘물 배터리’라면, 에너지 볼트는 물 대신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하는 ‘콘크리트 배터리’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 독특한 시스템은 타임지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발명품에도 이름을 올리며 그 혁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장점과 에너지 볼트의 확장된 비전
에너지 볼트의 중력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처럼 시간이 지나도 용량이 줄어들지 않고,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인프라 자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블록을 사용해 환경 부담까지 줄일 수 있죠. 처음에는 중력 배터리 회사로 알려졌지만, 이제 에너지 볼트의 비전은 훨씬 더 커졌습니다. 중력 기반 시스템(GV, EVX)은 물론, 리튬 배터리 ESS(B-ESS), 배터리와 수소 연료 전지를 결합한 백업 전원(H-ESS), 그리고 여러 저장 장치를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풀 패키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저장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이 된 혁신: 글로벌 프로젝트와 AI 시대의 파트너십
에너지 볼트의 기술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중국 장수성에는 상업 규모의 중력 ESS가 가동 중이며, 미국 텍사스에서는 이탈리아 전력 회사와 손잡고 서구권 최초의 상업 규모 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배터리와 수소 연료 전지를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전력망 단절 시에도 지역 커뮤니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에너지 볼트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업 누스케일 에너지와 협력하여, SMR에서 생산된 전력을 중력 저장 및 배터리에 담아 AI 데이터 센터에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누슨(NuSMR)’ 솔루션을 발표하며, 원전, 저장, AI라는 미래 핵심 키워드를 한데 묶는 전략을 선보였습니다.

성장하는 실적과 미래 시장의 기회 & 리스크
최근 에너지 볼트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분기 매출은 약 3,331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1배 증가했으며, 적자 규모도 점차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3분기 말 기준 약 9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수주잔고는 올해 초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합니다. 하지만 스몰캡 적자 성장주인 만큼, 플루언스, 테슬라 등과의 경쟁, 그리고 뉴스 하나에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기회이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볼트는 재생 에너지와 AI 데이터 센터, 그리고 원전이 융합될 미래 전력 시장에서, 전기를 단순히 ‘공간’이 아닌 ‘시간’ 속으로 옮겨두는 혁신적인 기술을 파는 회사입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서 이 회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투자 판단은 언제나 신중하게 본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