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고요한 카리브해에 드리운 긴장
고요한 에메랄드빛 카리브해에 예상치 못한 긴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의 갈등 때문인데요. 마약 운반선 공격, 유조선 나포, 심지어 대통령 현상금까지, 이 두 나라의 관계는 대체 왜 이렇게 험악해진 걸까요? 오늘은 겉으로 보이는 강경한 대립 뒤에 숨겨진 복잡한 역사와 경제적 배경, 그리고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과연 카리브해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요?

석유가 낳은 운명, 베네수엘라의 흥망성쇠
베네수엘라는 20세기 초부터 거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적 부를 축적했습니다. 초기에는 미국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자와 거대 시장의 수혜자라는 상생 관계를 유지했죠. 하지만 1970년대 오일 쇼크와 이슬람 혁명 등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베네수엘라는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며 자원 민족주의의 길을 걷게 됩니다. ‘페트로 스테이트’로 거듭난 베네수엘라에게 석유는 단순한 자원을 넘어 국가 주권과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상징이 되었고, 이는 미래의 비극을 예고하는 서막이었습니다.

차베스 혁명과 반미 노선의 시작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은 베네수엘라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는 볼리바르 혁명을 내세워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대규모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했죠. 문제는 석유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와 반미 담론을 동시에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척을 지던 쿠바, 러시아, 이란 등과 손잡고 ‘페트로 카리베’를 통해 카리브해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시도하면서,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악화 일로를 걷게 됩니다. 특히 2002년 쿠데타 시도에 대한 미국의 모호한 태도는 불신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경제 붕괴와 난민 위기, 끝나지 않는 고통
고유가 시대에는 가능했던 차베스의 정책들은 유가가 폭락하자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석유 수출에만 의존하던 기형적인 산업 구조는 미국의 제재와 맞물려 생산량 급감으로 이어졌고, 1인당 국민소득은 70% 이상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붕괴하는 경제를 막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고, 그 결과 2018년에는 최대 10만 퍼센트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게 됩니다. 살기 위해 고국을 등진 800만 명에 육박하는 난민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고, 특히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마약, 지정학적 경쟁, 그리고 미국의 최우선 순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단순한 반미 노선 이상의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마약 밀매의 거점으로 지목하며 ‘트렌데 아라과’ 같은 범죄 조직의 확산을 우려합니다. 둘째, 베네수엘라가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의 경쟁국들에게 군사적, 경제적 교두보를 제공하며 서반구의 지정학적 균형을 흔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안보 전략에서 서반구 지역이 최우선 순위로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불법 이주 억제, 마약 카르텔 척결, 그리고 외부 세력의 영향력 차단이라는 목표가 베네수엘라 문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전쟁은 없을까? 불확실한 미래
현재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긴장은 준전시 상황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지만,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미국 내부의 경제적 부담과 선거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다만 카리브해에서의 해군 작전이나 제재를 통한 베네수엘라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 이란의 지원과 강력한 반미 선전을 통해 버티기에 나설 것이고요. 최근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야권 지도자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베네수엘라의 인권 문제와 정권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리브해의 평화는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복잡한 대립의 향방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