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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과학 / 사회 / 정치

소련 핵잠수함 K-172의 비극: 잊혀진 수은 유출 사건의 진실

작성자 mummer · 2025-12-23
서론: 심해 속에서 감춰진 비극

서론: 심해 속에서 감춰진 비극

소련 잠수함의 역사에는 수많은 비극적인 미스터리가 존재하며, 그중 많은 사건의 진실은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드러나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고의 전말이 영원히 비밀 문서로 보관되는 경우도 있죠. 오늘 우리가 파헤쳐 볼 이야기는 핵잠수함 K-172에서 발생했던 ‘수은 유출 사고’입니다. 1968년의 이 사건은 오랫동안 기밀로 취급되어 왔지만, 비교적 최근에 그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냉전 시대의 긴장감 속에서 벌어진 이 비극적인 사건의 전말과 그 속에 감춰진 놀라운 비밀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냉전의 그림자 아래, K-172의 위험한 임무

냉전의 그림자 아래, K-172의 위험한 임무

이야기는 지난 세기 1960년대, 핵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쿠바 위기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6일 전쟁이 발발하며 세계는 다시 핵전쟁의 위기에 직면했죠. 이때 소련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핵추진 잠수함 K-172였습니다. 이 잠수함은 P-6 순항 미사일을 최대 8발까지 탑재할 수 있었으며, 길이는 115.4m, 배수량은 약 5,000톤에 달하는 거대한 존재였습니다. 1968년 봄, K-172는 지중해에서 매우 까다로운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당시 함장의 회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리아 해안에 상륙할 경우 이스라엘 해안에 핵공격을 가하라는 구두 명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35만 톤급 핵탄두를 장착한 P-6 미사일은 엄청난 위력을 지녔지만, 발사를 위해서는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해야 했고, 이는 당시 지중해에 배치된 미군 제6함대를 고려하면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위험천만한 임무였습니다.

의문의 질병, 그리고 감춰진 진실

의문의 질병, 그리고 감춰진 진실

132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임무를 수행하던 K-172에는 곧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항해 11일째, 한 승조원이 극심한 두통과 구토, 혈변을 동반한 설사를 호소하며 의무실을 찾았습니다. 군의관은 이를 단순한 식중독으로 오판했지만, 며칠 뒤 함장을 포함해 승조원의 절반 이상이 쓰러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무려 126명의 승조원이 병에 걸려 당직 근무조차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함장은 문책을 두려워해 이 비상사태를 한동안 사령부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K-172는 임무를 중단하고 기지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고, 병든 승조원들은 들것에 실려 내려야 했습니다. 이후 비공개 군병원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진실은, 그들을 병들게 한 것이 식중독이 아닌 ‘수은 증기’에 의한 중독이었다는 것입니다. 승조원들의 혈액과 조직에서는 기준치를 훨씬 넘는 막대한 양의 수은이 검출되었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수은의 미스터리: 유입 경로와 풀리지 않는 의문

수은의 미스터리: 유입 경로와 풀리지 않는 의문

그렇다면 잠수함 내부에 수은은 어떻게 유입되었을까요? 놀랍게도 당시 잠수함에는 수은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잠수함 안에 수은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죠. 초기 조사에서 원자로 1차 냉각 계통의 용존산소 농도 측정에 사용되던 약 18kg의 수은 용기가 잠수함 내부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전역 예정이었던 화학 담당 수병이 사용하지 않게 된 수은 약 10kg을 지휘소 구역의 세면대 배수구로 흘려보냈다는 것입니다. 잠수함 내부의 따뜻한 온도에서 수은은 끊임없이 증발하여 공기를 오염시켰고, 승조원들은 이를 한 달 반 동안 들이마신 것이었죠. 두 번째 가설은 출항 직전 수은 용기가 부주의로 깨졌고, 군의관과 화학 담당 수병이 처벌이 두려워 수은을 수습하여 세면대로 흘려보냈다는 것입니다. 가장 논란이 많은 세 번째 가설은 K-172 전투부문 전 지휘관의 주장으로, 이스라엘 또는 서방 정보기관이 몰래 수은을 반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미스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비극이 남긴 교훈, 그리고 K-172의 최후

비극이 남긴 교훈, 그리고 K-172의 최후

이 충격적인 중독 사건은 군사 기밀로 분류되었지만, 이후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조선부는 항해 장비의 수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잠수함 내 유해 물질 보관 및 운반 규정, 공기 질 관리 규정 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한편, 잠수함 K-172에 대해서는 세베로드빈스크에 있는 조선소에서 2년 이상에 걸친 철저한 수은 제거 작업이 시행되었습니다. 모든 오염 제거 작업이 끝난 후 잠수함은 현대화 개조를 거쳐 다시 북대서양 작전에 투입되었죠. 그러나 1989년, 잠수함의 원자로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여 여러 승조원이 피폭되는 또 다른 비극을 겪게 됩니다. 결국 심각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K-172는 운용 불능 판정을 받았고, 1992년 B-192로 개명된 뒤 퇴역함으로 이송되면서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K-172의 비극은 인류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함을 상기시켜주는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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