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AI 시대, 전력 효율의 한계에 도전하다
우리가 ‘미래 기술’이라 부르는 모든 것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공급할 수 있는가?” AI 데이터센터의 GPU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 인프라는 수십 년 된 실리콘 기술에 갇혀 있었습니다. 늘어나는 발열과 거대해지는 냉각 장비는 결국 성능이 아닌 전기 요금과 물리적 한계로 다가왔죠. 이러한 거대한 벽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나비타스 반도체(Navitas Semiconductor, NVTS)’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미래 전력 기술의 지형도를 바꾸려 할까요?

2. 실리콘을 넘어선 혁신: 와이드 밴드갭 반도체의 등장
오랜 시간 전력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은 실리콘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충전기부터 공장 모터, 서버 전원 장치에 이르기까지 전기가 흐르는 거의 모든 길목에 실리콘 스위칭 소자가 자리했죠.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의 폭발적인 성장은 실리콘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스위칭 손실, 발열, 크기, 비용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갈륨 나이트라이드(GaN)’와 ‘실리콘 카바이드(SiC)’입니다. 이들을 통틀어 ‘와이드 밴드갭(WBG) 반도체’라 부르는데, 기존 실리콘보다 에너지 손실이 적고, 더 높은 전압과 빠른 주파수를 견디며, 부피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전력 소자입니다. 나비타스는 바로 이 GaN과 SiC, 두 가지 와이드 밴드갭 전력 반도체에만 집중하겠다는 과감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3. 엔비디아와의 협력, 그리고 미래 전력 인프라의 핵심
나비타스의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초고속 스마트폰/노트북 충전기, 슬림한 TV, 게임 콘솔 어댑터 등이 바로 GaN 전력 IC의 적용 사례죠. 이 작은 부품들이 같은 전력을 더 작은 부피와 적은 열로 처리합니다. 한편, SiC 전력 소자는 훨씬 더 강력한 하이파워 영역을 담당합니다. 전기차 인버터, 온보드 차저, 고전압 태양광 인버터, 산업용 모터 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나비타스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엔비디아(NVIDIA)와의 협력입니다. 엔비디아가 2027년 이후를 목표로 준비하는 차세대 800V AI 데이터센터 전력 구조에 나비타스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는 나비타스가 단순한 전력 반도체 회사를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서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4. ‘나비타스 2.0’ 전략: 도전과 기회의 교차로
나비타스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만, 현재 실적표를 펼쳐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최근 매출은 감소세를 보였고,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비타스는 약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위기는 아닙니다. 경영진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나비타스 2.0’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모바일/소형 가전 중심의 저전력 시장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 에너지 및 그리드 인프라, 산업 전기화와 같은 고전력 및 고수익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사모 증자도 단행했습니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지분 희석의 부담이 따르지만, 이는 더 큰 미래 성장을 위한 합리적인 투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5. 미래를 움직이는 전력, 나비타스의 다음 행보는?
결론적으로 나비타스 반도체는 실리콘의 한계를 뛰어넘어 GaN과 SiC라는 혁신적인 재료로 GPU, 전기차, 태양광, 그리고 차세대 전력망까지 이어지는 전력 흐름을 재편하려는 대담한 회사입니다. 엔비디아의 800V AI 데이터센터 전력 구조의 핵심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며 AI 인프라의 중심에 섰지만, 현재는 매출 감소와 적자, 그리고 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이라는 도전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나비타스는 단순한 전력 칩 회사가 아닙니다. AI 인프라와 전기차, 재생 에너지, 그리고 전력망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어떻게 하나의 전력 반도체 서사로 엮여가는지를 보여주는, 위험도 크고 변동성도 큰 흥미로운 플레이어입니다. 미래 전력 지형도를 그리는 나비타스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