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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AI/IT / 경제 / 사회

한국 신용카드 시장, 천조 원 시대의 역설: 위기 속 생존 전략 모색

작성자 mummer · 2025-12-25
서론: 결제 강국 대한민국의 숨겨진 그림자

서론: 결제 강국 대한민국의 숨겨진 그림자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신용카드 강국입니다. 1,000원짜리 물건 하나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죠. 1인당 평균 네 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연간 카드 승인액이 무려 1천조 원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카드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까지 자신만의 카드를 사용하며 시장의 외연은 더욱 확장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들 뒤에는 업계의 깊은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매 분기 발표되는 카드사들의 수익성 지표는 ‘떡락’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국내 카드 시장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던 카드업계가 왜 위기에 처했고,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려 하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카드업계, 황금기에서 위기로: 끊임없이 쪼그라드는 수익

카드업계, 황금기에서 위기로: 끊임없이 쪼그라드는 수익

한때 카드업계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약 25년 전 카드 소득 공제 도입과 정부의 복권 이벤트 등으로 카드 발급 열기는 광기에 가까웠고,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수요가 폭증하며 카드사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죠. 물론 2003년 카드 대란이라는 쓰디쓴 후폭풍을 겪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카드사들은 위기를 딛고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2009년에는 연간 소비 지출에서 카드 결제 비중이 사상 최대인 52%를 기록하며 현금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무려 72%까지 치솟으며 결제 시장의 중심이 카드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2023년 3분기 기준 주요 카드사 여섯 곳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나 감소했으며, 일부 카드사는 무려 31%나 급감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주요 금융 지주들의 순이익이 170% 성장하는 동안, 카드사들은 고작 17%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한때 금융 지주 실적을 견인하던 카드사의 순이익 비중은 10년 사이 4분의 1 토막이 나버렸으니, 사실상 성장 엔진이 멈춰 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높아지는 비용 부담

수익성 악화의 주범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높아지는 비용 부담

카드업계의 부진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서 기인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가맹점 수수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카드사의 본업인 결제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주요 통로인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줄어들어 2015년 1.3%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0.4%까지 떨어졌습니다. 2012년 도입된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 이후 13년째 지속적인 인하만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카드사 수익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카드론 잔액 감소’와 고금리 시대의 ‘연체율 상승’도 카드사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 발행을 통해 돈을 빌려오는데,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조달 비용은 치솟는 반면 고객들의 연체율마저 높아지니 부담은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대손 비용(못 받을 돈에 대비해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비용)이 상반기에만 49.5% 급증하여 1조 원을 넘어섰고, 마케팅, IT 인프라, 제휴 수수료 등 각종 운영 비용마저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은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된 ‘제휴 수수료’는 현대카드에 기묘한 역설을 안겨주었습니다. 결제 건당 높은 수수료를 애플페이에 지불하면서, 결제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페이 역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여, 카드사들은 양쪽에서 수익을 잠식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카드 사용 증가로 기대를 모았던 민생 회복 소비 쿠폰마저 카드사에게는 자금 조달 이자와 인프라 구축 비용이라는 추가 부담을 안겨주며 기대만큼의 수혜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악재는 무이자 할부 축소, 혜자 카드 단종 러시 등 ‘소비자 혜택 감소’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카드사들의 변화와 혁신 전략

위기를 기회로: 카드사들의 변화와 혁신 전략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진 카드사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프리미엄 카드 전략’입니다. 높은 연회비를 받는 대신 특별한 혜택(호텔 바우처, VIP 멤버십 등)을 제공하여 우량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최근 지드래곤과 협업한 하나카드의 100만 원짜리 한정판 카드나 삼성, 신한카드의 70만 원대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 덕분에 카드사들의 연회 수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시장 확대’입니다. 특정 브랜드와 협력하여 카드사를 뛰어넘는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한때 현대카드의 독무대였던 PLCC 시장은 이제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등의 제휴사가 바뀌고 다른 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각 카드사는 자신들의 강점을 내세워 PLCC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슈퍼앱 경쟁’입니다. 카드 결제 기능만을 넘어 웹툰, 미니게임, 금융/비금융 콘텐츠 등을 탑재한 ‘슈퍼앱’으로 진화하여 고객을 앱 안에 묶어두고 고정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KB국민카드의 KB페이, 신한카드의 쏠페이 등이 대표적이며,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능 추가로 인한 앱 사용성 저하라는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 도입을 통한 혁신’입니다. 마케팅 및 서비스 운영 비용 절감과 동시에 수익 구조를 단단하게 만들고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를 개발해 일본 카드사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우리카드는 생성형 AI로 광고를 제작해 비용 절감과 퀄리티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KB국민카드는 AI 마케팅 시스템 ‘에임즈’로 업무 효율을 높였으며, 신한카드는 사업 전 영역에 170여 개의 AI 모델을 투입하는 ‘AI 5025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AI는 카드사의 미래를 위한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 사용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색

결론: 사용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색

본업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국내 카드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카드, PLCC, 슈퍼앱, AI 도입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버티기’를 넘어 진정한 ‘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요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수익성 강화와 신규 사업 역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동시에, 사용자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복잡해진 슈퍼앱의 사용성을 개선하고, 줄어드는 혜택 속에서도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시린 겨울을 지나고 있는 카드업계에 어서 훈풍이 불고, 그 변화의 결실이 고객에게도 풍성하게 닿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 잡은 카드가, 미래에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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