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4개월 만에 뒤바뀐 시장의 프레임: 정부의 필사적인 움직임
4개월 전, 코스피가 3천 선에 머물던 시점에 저는 환율의 구조적 상승과 그로 인한 국내 증시의 유례없는 활황을 예견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많은 분들이 이 기회를 놓치면 인생의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에 귀 기울였죠. 그 후 줄곧 한국 증시 전망과 환율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지만, 저는 침묵했습니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투자 포지션에 변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정부는 외환시장 3대 방어선 해제, 파격적인 세금 혜택, 심지어 국민연금까지 시장에 투입하며 그동안 고수하던 원칙을 송두리째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환율을 잡으려는 시도를 넘어, 시장의 근본적인 규칙을 통째로 뜯어고치려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과연 정부는 왜 이런 선택을 했으며, 이 변화가 여러분의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부터 면밀히 살펴보겠습니다.

2. 정부의 딜레마와 새로운 시장 규칙: 돈 풀기와 환율 안정의 모순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을 서학 개미의 달러 매수, 기관의 해외 투자, 정부의 돈 풀기 등 다양하게 분석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남아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요인들이 문제라면, 정부는 재정 지출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오히려 늘리고 국채 발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인 ‘돈 풀기’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결국 정부는 돈은 계속 풀면서도 환율은 잡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했고,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규칙’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주목할 핵심 변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환율이라는 가격. 둘째, 정부가 변경한 시장의 규칙. 셋째, 규칙 변화로 인해 움직이는 거대한 유동성입니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되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규칙이 바뀌면 은행의 달러 조달이 바뀌고, 이는 달러 공급을 변화시켜 결국 환율이라는 가격표를 움직인다.”

3. 달러 공급 메커니즘과 정부의 파격적 개입: 연기금까지 전선에
정부의 첫 번째 신호탄은 12월 19일 한국은행의 임시 금통위였습니다. 여기서 은행들에게 해외 달러 조달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를 더 많이 공급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우리가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은행의 빚이 개입하며, 은행이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와 국내에 공급하는 구조가 환율 안정에 기여하는데,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묶어두었던 이 통로들을 다시 열어준 것입니다. 나아가 12월 23일에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 협의체’를 구축하고, 12월 24일에는 해외 주식 매도 후 국내 재투자 시, 해외 자금 국내 유입 시 세금 혜택을 주는 ‘환율 안정 세제 지원’이라는 강력한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달러를 쥐고 있는 개인과 기업에게 달러를 시장에 풀라는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참전은 주목할 만합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리는 것이 본연의 목적인 국민연금이 내부 지침까지 변경하며 사실상 환율 방어 전선에 투입된 것은 정부의 필사적인 의지를 보여줍니다.

4. 안전 벨트 없는 질주: 남겨진 리스크와 투자 전략
국민연금의 개입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닌 국민의 피 같은 노후 자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습니다. 연기금이 환율을 눌렀음에도 외부 충격으로 환율이 다시 치솟을 경우, 국민연금은 더 비싼 값에 달러를 재매입해야 하며,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이는 정부가 재정 지출 축소라는 정공법 대신, 안전보다 급한 불 끄기를 선택한 결과입니다. 안전 벨트를 풀고 질주하는 것과 같아서,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외부 충격 발생 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저는 어느 시나리오든 주식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계속 오른다면, 돈의 가치 방어를 위해 실물 자산인 주식을 담아야 합니다. 반대로 정부 조치가 성공하여 환율이 안정되거나 원화 강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이라는 명분이 생겨 주식 시장이 더욱 활력을 띨 수 있습니다. 즉,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시장을 떠날 이유는 없지만, 지금의 상승장은 정부가 안정 장치를 약화시키며 만들어낸 것이므로 ‘안전 벨트를 꽉 매고 타는’ 방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장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인지하고, 신중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파도에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