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해가 지고 있는 대영제국의 그림자
세계를 호령했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지금 구조적인 경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IMF에 따르면 영국 GDP는 10년 전 식민지였던 인도에 추월당하며 세계 6위로 밀려났고, G7 국가 중 유일하게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죠. 단순한 불황을 넘어선 몰락 징후들은 국민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실질 임금 정체와 압도적인 물가 상승률은 ‘생활비 위기’를 심화시켰고, 빈곤층 증가와 푸드뱅크는 한때 위대했던 나라의 초라한 민낯을 보여줍니다. 어쩌다 영국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그 몰락의 서곡은 과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 산업 혁명의 그림자와 놓쳐버린 혁신의 기회
18세기 중반 산업 혁명을 통해 세계의 공장이자 무역 지배자였던 영국. 눈부신 성과에 안주하며 다음 혁신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명문 학교들은 고전 학문에만 집중하고 과학/공학을 경시했으며, 이는 미국과 독일이 엔지니어 양성으로 2차 산업 혁명을 열 때, 영국이 뒤처지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후 인프라 덕에 잠시 경제 회복을 경험했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했죠. 다른 국가들이 ‘경제 기적’을 이룰 때, 영국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3. 복지 국가의 덫, 제조업 몰락, 대처의 유산
2차 세계대전 후 강력한 복지 국가 건설에 착수했으나, 그 정도가 ‘과했습니다’. 방만한 경영과 막강한 노조는 제조업 생산성을 최악으로 만들었고, 고비용 저효율 덫에 빠진 영국 경제는 1970년대 ‘영국병’으로 IMF 구제금융까지 신청했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가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을 통해 금융 서비스 중심의 새 활로를 열었죠. 하지만 북해 유전 수익을 미래 투자 대신 현재 복지 비용으로 소진한 것은 노르웨이와 극명히 대비되며 영국 경제의 근본적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제조업을 희생하며 금융에 올인한 대가는 컸습니다.

4. 2008년 위기, 브렉시트, 그리고 미래 없는 현재
금융 중심 경제는 2008년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제조업 기반이 약했던 영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막대한 공적 자금으로 은행들을 살려야 했죠. 이후 생산성 위기, 실질 임금 정체, 급격한 긴축 정책은 국민 불만을 극대화했고, 이는 결국 브렉시트로 이어졌습니다. 브렉시트는 금융 허브 런던의 위상을 흔들고, 시장을 축소시키며, 젊은 인재 유출을 가속화했습니다. 현재 영국은 유럽 금융 허브 역할까지 파리에 내어주고 제조업은 쇠퇴했습니다. 재정 적자, 노후 인프라, 인재 유출 등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영국 경제를 1970년대보다 더 암울하다고 진단합니다. ‘식민지보다 못 사는 나라’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는 비극적 역사를 영국은 지금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