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곁을 떠나는 대형 마트: 홈플러스의 쓸쓸한 작별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대형 마트, 주말 장보기의 즐거움과 아이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공간, 바로 홈플러스입니다. 하지만 요즘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서 폐점을 알리는 ‘고별 세일’ 현수막이 눈에 띄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한때 대한민국 유통 시장의 맹주였던 홈플러스는 어떻게 지금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까요?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의 주말을 함께해 온 홈플러스의 굴곡진 역사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삼성의 유통 야망, 그리고 테스코와의 동맹
홈플러스의 시작은 의외로 ‘삼성’이었습니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 부문으로 첫발을 내디딘 홈플러스는 신세계 분리 후 삼성의 새로운 유통 사업 야망을 담고 태어났습니다. 대구 1호점을 시작으로 성장세를 보이던 홈플러스는 외환 위기라는 암초를 만나며 어려움을 겪었죠.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영국의 세계적인 유통 기업 ‘테스코’였습니다. 1999년, 삼성과 테스코의 합작법인 ‘삼성 테스코’가 설립되며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노하우를 바탕으로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확장을 시작합니다. 패밀리 카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호점 개점, 아람마트와 홈에버 인수 등 이 시기 홈플러스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갔습니다.

‘글로컬 스탠다드’와 이승한 전 대표의 리더십
홈플러스 성공 신화의 중심에는 ‘글로컬 스탠더드’를 주창한 이승한 전 대표가 있었습니다. 그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은 유지하되, 상품 구성과 마케팅, 서비스는 철저히 한국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본사를 설득했습니다. 테스코의 이름을 고집하던 본사를 설득해 ‘홈플러스’ 브랜드를 지켜냈고, 당시 대형마트에는 생소했던 ‘문화센터’를 도입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강좌부터 주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문화센터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고객들이 마트에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홈플러스 플러스 가격이 착해\~’라는 중독성 있는 CM송(방시혁 작곡!)까지 더해지며, 이 시기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MBK 인수, 그리고 온라인 커머스 시대의 비극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전성기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2014년 이승한 대표 퇴임 후, 테스코 본사의 회계 부정 사태로 홈플러스는 매물로 나오게 됩니다. 2015년, 약 7조 2천억 원이라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M&A로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에 인수되죠. 문제는 인수에 사용된 ‘차입 매수(LBO)’ 방식이었습니다.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막대한 돈을 빌려 인수한 MBK는 이후 늘어난 부채와 이자 부담을 안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인수가 이뤄진 시점부터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쿠팡, 알리 등과의 경쟁 속에서 홈플러스는 매출 하락과 누적 적자를 면치 못했고, 결국 지난해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0만여 명의 직간접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린 이 상황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큰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미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한때 우리 생활의 중심이었던 홈플러스의 현재는 유통 산업의 급변하는 흐름, 그리고 무리한 인수 금융이 낳은 비극적인 단면을 보여줍니다. 과연 홈플러스는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요? 부채 조정,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노사와 채권자, 그리고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협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홈플러스가 단순한 마트를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다시금 활력을 찾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