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한중일, 새로운 줄타기의 시작
최근 동북아시아 국제 정세가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중국은 과거 사드 보복으로 우리 경제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이제는 한국에 손을 내밀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과의 관계는 거의 파탄 수준에 이르러,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일본 대신 한국으로 향하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약 8년 전, 중국이 한국을 경제 제재하고 일본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던 상황과는 완전히 뒤바뀐 모습입니다. 과연 이 삼각 관계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2. 갈등의 서막: 센카쿠와 사드로 촉발된 긴장
이러한 복잡한 관계의 뿌리는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선언은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석유 매장 가능성으로 주목받던 이 섬을 일본이 일방적으로 국유화하자, 중국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해경선을 연평균 280회나 파견하며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양국 해경 간 물대포 충돌 직전까지 가는 등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치달았습니다. 한편,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 미사일 요격이라는 방어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륙까지 탐지 가능한 레이더 성능 때문에 중국의 거센 보복을 초래했습니다. 한한령, K-POP 및 드라마 금지, 한국 게임 승인 중단 등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롯데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에 이르렀고, 2017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반토막 나는 등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시기 중국은 센카쿠 문제로 일본과, 사드 문제로 한국과 모두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3. 일시적 화해와 숨겨진 칼날: 미중 무역 갈등이 만든 역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자 중국의 외교 전략은 미묘한 변화를 겪습니다. 미국과의 전면적인 대립 속에서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회담했고, 양국은 “경쟁에서 협조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경제 협력의 기회를 엿보던 일본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했던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죠. 그러나 표면적인 화해 뒤에는 여전히 센카쿠 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고, 중국 해경선의 센카쿠 출현 횟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등 속내는 달랐습니다. 한편 한국은 사드 배치 이후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MD 체계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을 발표하며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했고, 중국도 일부 제재를 완화하며 양국 관계는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필요와 안보적 견제가 공존하는 복잡한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4. 일본의 강경 노선과 중국의 한국 ‘러브콜’
최근 동북아 정세는 일본의 강경한 외교 노선에서부터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대만 유사시 미국과의 공동 개입을 천명하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정면으로 훼손했고, 이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고, 일본은 방위비 증액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선언하며 맞섰습니다. 이는 양국 간의 안보 갈등이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중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희토류 수출 제한 등 강도 높은 경제 보복으로 일본을 압박했습니다. 중일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은 전략적으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을 고립시키고 한미일 삼각 동맹에 균열을 내기 위한 시도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중국인 무비자 관광을 허용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5. 한국의 딜레마: 안보와 경제 사이의 줄타기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악화된 중일 관계 속에서 한국을 다시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까지 대립하던 이웃이 오늘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 상대로 떠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은 중대한 딜레마에 직면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2024년에도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20%를 넘어서며, 전체 수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명확히 선택하는 순간, 다른 쪽의 보복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국가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고 오직 영원한 국익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섬세한 줄타기 외교를 펼쳐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