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미국 장비기업 램리서치, 한국 소부장 기업을 노린다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계에서 가장 두려운 이름이 된 미국의 글로벌 장비기업 램리서치. 이 회사는 지난 1\~2년 사이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상대로 무더기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발송하고, 실제 소송까지 제기하며 공격적인 ‘특허 사냥’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12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특히 2022년 경기 용인에 R&D 센터를 설립한 이후 9건의 소송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의 특허 등록 건수가 2020년 68건에서 2025년 344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한국 특허법은 국내에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특허 등록 증가가 향후 더 많은 소송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 진짜 목적은 승소가 아닌 ‘시간 끌기’ 전략?
흥미로운 점은 램리서치가 제기한 소송 대부분에서 패소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CMTX, PSK 등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램리서치는 연이어 패배했으며, 여러 특허는 무효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격적인 소송 전략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승소 자체보다 ‘시간 끌기’에 진짜 목적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소송 대응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수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제품화가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램리서치가 사실상 독점해오던 장비 분야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자,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성장 자체를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자금력을 앞세운 일종의 ‘소송 갑질’로, 선의의 경쟁이 아닌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한국 기업들의 대응과 정부의 역할은?
램리서치의 특허 소송에 휘말린 국내 기업들은 중소기업 5곳, 중견기업 3곳에 이릅니다. 이들 기업은 실제 소송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을 통한 경고장 압박까지 경험하며 심각한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구조라는 점입니다. 현재 지식재산처는 특허 분쟁에 휘말린 기업들을 위해 연간 최대 2억원 규모의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램리서치처럼 광범위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지원 한계가 명확합니다. 구자근 의원은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은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정부는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내 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단순히 방어적 자세를 넘어 역으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CMTX 사례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동시에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