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과학은 명백한데, 법은 왜 부정할까?
오늘, 세기의 담배소송 항소심 판결이 발표됩니다. 1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판결로 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죠. 과학계에서는 이미 명백하게 입증된 사실이 법정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갑년 이상 흡연한 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한 533억 원의 건강보험 급여비를 담배회사에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0년간의 1심 재판 끝에 패배했습니다. 재판부는 ‘흡연자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담배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가 아니면 폐암에 걸릴 수 없다는 증거도 확보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죠. 이번 항소심은 과학적 진실과 법적 판단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2. 압도적인 과학적 데이터: 흡연이 폐암 원인의 81.8%
과학계의 결론은 이미 뚜렷합니다. 국립암센터의 한국 남성 폐암 발생 예측모형에 따르면, 흡연이 담배소송 대상자의 폐암 발생 위험 중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1.8%에 달합니다. 연세대 박소희 교수는 “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같은 담배 소송 대상 암종에서는 이 비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입니다. 질병관리청 보고서에 따르면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1.4배 상승하며, 노출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간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40조 7천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2024년 한 해만 해도 약 4조 6천억 원이 흡연 관련 의료비로 지출되었고, 이 중 82.5%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했습니다. 특히 폐암 관련 의료비는 2014년 4천357억 원에서 2024년 9천98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죠.

3. 법적 인과관계의 미로와 사회적 책임의 싸움
담배회사들은 ‘상관관계는 있지만 법적 인과관계는 아니다’라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흡연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주장이죠. 그러나 이번 소송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의 선택 이상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이 대표하는 것은 국가 보험 재정과 국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입니다. 1심 판결은 과학적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직접 피해자 아님’을 이유로 공단의 소송 자격을 부정했습니다. 이번 항소심은 단순한 소송 결과를 넘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기회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흡연 피해 예방과 건강보험 재정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흡연의 건강 피해와 사회적 비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논의는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과학적 사실이 법적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