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다시 주목받는 200년 전 외교 원칙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이후, 미국 외교사의 오래된 원칙 하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입니다.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선언한 이 원칙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다시 등장하며 ‘신먼로주의’라는 이름으로 현대 국제정치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200년 전의 외교 원칙이 왜 다시 주목받는지, 그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로 독트린의 탄생: 약소국 미국의 자위적 선언
먼로 독트린은 제5대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의회 연설에서 밝힌 외교 원칙입니다. 당시 유럽은 나폴레옹 전쟁 종전 후 식민지 재건에 나서며 라틴아메리카 신생 독립국들을 다시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더 이상 유럽의 식민지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선포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비식민지 원칙(아메리카 대륙에 새로운 유럽 식민지 불허)과 불간섭 원칙(유럽과 아메리카의 내정 상호 불간섭). 당시 미국은 약소국이었기에 이 선언은 실질적 효력보다는 원칙적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변화와 적용: 방어에서 공격으로 진화한 독트린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먼로 독트린에 ‘루즈벨트 추론’을 추가하며 적극적 해석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유럽에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미국이 ‘국제 경찰’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독트린은 방어적 원칙에서 공격적 패권 원칙으로 변모했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공산주의 확산 저지의 논리로 활용되었으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먼로 독트린의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신먼로주의의 등장: 트럼프와 새로운 국제질서
2013년 오바마 행정부는 ‘먼로 독트린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최근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먼로 독트린을 명시적으로 재확인하며 ‘서반구 패권 회복’을 천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3세력’으로 지목하며 이들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국제기구 지원 축소, 힘의 논리 중시와 맞물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실리적 패권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200년 전 원칙이 현대 국제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결론: 과거의 원칙, 미래의 질서를 말하다
먼로 독트린의 부활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의 재등장이 아닙니다.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합니다. 다자주의와 자유주의 질서에서 벗어나 명시적인 패권주의와 힘의 논리로 회귀하는 움직임입니다. 200년 동안 변형과 적응을 거듭해온 이 원칙이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는 물론 글로벌 국제질서 재편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