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재건축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
한때 아파트 단지 상가는 ‘로또’라 불리며 권리금 수천만 원,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습니다. 분양 공고만 떠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이 예사였고, 당첨자는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강남, 목동, 여의도 등 대규모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 소유주들은 오히려 ‘상가 분양권 필요 없으니 아파트 입주권으로 바꿔주세요’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들도 줄줄이 ‘우리 단지는 상가 안 짓겠다’고 선언 중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재건축에서 상가가 사라지는 현상의 근본 원인과 앞으로의 도심상권 변화를 파헤쳐보겠습니다.

1. 상가가 사라지는 본질적 원인: 온라인 경제와 공실 대란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가 배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국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를 넘어섰고, 서울 가로수길은 무려 40% 이상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강남 20%, 청담 19%, 홍대·합정 14% 등 주요 상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는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의 확산이 가져온 구조적 변화 때문입니다. 2024년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60조 원으로, 2017년 대비 약 3배 성장했으며, 배달 앱의 일상화로 소비자들은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하고, 임차인들은 더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도심을 떠나고 있습니다. 상가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재건축 조합들은 상가 분양이 안 되면 미분양으로 남아 사업비 회수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아예 상가를 배제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2. 법적 변화와 재건축 전략의 전환
정부와 법원의 판결도 재건축에서 상가 배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통과로 재건축 조합 설립 시 상가 소유자 동의 요건이 기존 과반수에서 1/3로 완화되었습니다. 이는 상가 소유자들의 반대로 전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2024년 상가 지분 쪼개기 방지법 시행과 대법원의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 분양하려면 전원 동의 필요’ 판결은 상가 소유주들이 아파트 입주권을 얻는 것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법적 환경 변화 속에서 재건축 조합들은 복잡한 협상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처음부터 상가를 배제하고 아파트만 짓는 ‘클린한’ 사업 구조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강남 대치동, 잠실 우성 4차, 여의도 공작 아파트 등에서 상가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건립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이런 전략적 전환의 결과입니다.

3. 미래 도심상권 전망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앞으로 도심상권은 몇 가지 방향으로 변화할 전망입니다. 첫째, 공실 상가의 주거 전환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정부도 상가 공실 문제를 주택 공급과 연계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 편의점, 약국, 미용실 등 필수 생활 인프라 업종 중심으로 최소한의 상가만 남기고 나머지는 축소되는 ‘필수 상가 최소화’ 전략이 확산될 것입니다. 그러나 상가가 사라지면 아파트 단지는 ‘잠만 자는 도시’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동네 카페에서 이웃과 마주치고 가게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풍경이 사라지고, 생활 편의시설 부족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은 이미 상가 공실률이 30%에 육박하는 지역도 있어 지역 상권 붕괴와 경제 활력 저하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상가는 이제 갖고만 있어도 수익을 내는 자산이 아닌, 적절한 입지와 업종 분석을 통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