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관세 폭탄’ 재점화와 한국의 딜레마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언급하며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어떻게든 관세를 낮춰야 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관세를 15%로 낮춰주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죠. 하지만 최근 트럼프는 “왜 약속한 투자를 아직 이행하지 않느냐? 이러면 관세를 다시 올릴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그는 한국 국회가 관련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시장의 침착함, 그러나 기업의 불안감
흥미롭게도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침착했습니다. 코스피는 잠시 하락하는 듯했으나 곧 회복했고, 환율도 잠시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죠. 이는 트럼프의 발언이 ‘기존 압박의 연장선’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입니다. 달러 약세 기조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비중 축소 발표도 환율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공문은 없다”고 안심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 인상에 대비한 행정 절차 준비 보도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 관세 인상 시 매출과 수익률 하락은 물론, 공급망 재편이라는 큰 타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며, 생산 계획과 환 헤지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듭니다.

한국 내부의 복잡한 실타래: 투자 지연의 배경
그렇다면 한국의 대미 투자는 왜 지연되고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의 관세 정책 자체가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상황을 관망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높은 환율 상황에서 당장 투자를 집행하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고, 달러 유출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실제 투자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시간이 걸리는 점도 한몫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국회에 있습니다. 여야 모두 특별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내용과 자금 조달 방식, 투명성 문제, 그리고 투자의 법적 성격(MOU vs. 조약)을 두고 이견이 첨예하여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야당은 정부 단독 처리를 견제하며 국회의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세’ 카드, 그 이면의 정치적 계산
트럼프의 강경 발언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는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여 한국의 투자 약속 이행을 최대한 빨리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정책 위헌 여부가 대법원에서 판결을 앞두고 있어, 판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우리 정부 역시 관세 정책이 위헌으로 판결 나면 굳이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시간을 끌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미국 무역 관련 기관에서도 한국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예고하며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결국 ‘압박을 통한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