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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문화/취미

1970년대 경양식 돈가스, 한 그릇에 10만원? 당시 최고의 고급 외식문화

작성자 mummer · 2026-02-03
1970년대, 이름만 들어도 설렜던 그 음식

1970년대, 이름만 들어도 설렜던 그 음식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19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경양식 돈가스’라는 말은 단순한 음식 이름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깨끗한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 정중한 웨이터의 인사, 그리고 ‘빵으로 하실 것인지 밥으로 하실 것인지’라는 세심한 물음까지. 당시 경양식 돈가스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서구적 근대화를 체험하는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이 시절, 외식은 생존을 위한 칼로리 섭취를 넘어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문화적 자본을 드러내는 지표로 기능했지요.

한 그릇에 10만원? 당시 최고의 사치품이었던 경양식

한 그릇에 10만원? 당시 최고의 사치품이었던 경양식

1970년대 경양식 돈가스의 가격은 오늘날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쌌습니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경양식 돈가스는 현대 기준 1인분에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였습니다. 명동이나 종로의 경양식 레스토랑은 요즘으로 치면 청담동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맞먹는 위상을 지녔죠. 젊은 남녀들에게 돈가스집 데이트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아직 사회의 중간선 위에서 밀려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주는 중요한 사회적 경험이었습니다.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책으로 공부했던 시대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책으로 공부했던 시대

경양식의 핵심은 음식 그 자체보다 식사 스타일의 연출에 있었습니다. 유럽의 정통 코스 요리를 흉내낸 구성 – 크림 스프, 양배추 샐러드, 메인인 돈가스 – 에서부터 잘 차려입은 웨이터의 정중한 서비스까지. 수저와 젓가락이 일상이었던 생활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칼질을 한다는 체험 자체가 귀중했죠. 당시에는 돈가스를 먹기 위해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 테이블 매너까지 책을 통해 공부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스프를 돈가스로 착각하고 계산하려 했다는 일화도 전해질 정도로 서양식 음식은 생소한 존재였지요.

대중화의 시작과 변하지 않은 추억의 맛

대중화의 시작과 변하지 않은 추억의 맛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경양식 문화는 계속 이어졌지만, 동시에 돈가스의 대중화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기사 식당을 중심으로 일상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레시피가 널리 알려지며 비교적 저렴한 단가로 제공이 가능해졌습니다. 1970년대 후반 돼지고기 폭락 사태도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지만, 명동이나 종로의 경양식 레스토랑이 지니던 고급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생활 메뉴로 정착한 것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로 넘어가던 시기였죠.

지금은 평범하지만, 그때만큼은 특별했던 음식

지금은 평범하지만, 그때만큼은 특별했던 음식

오늘날 돈가스는 너무나 평범한 메뉴가 되었지만, 1970-80년대를 겪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돈가스’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던 그 시절, 한 그릇에 1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던 최고의 고급 외식이었죠. 경양식 돈가스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모두 담아낸 시대의 증표였습니다.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때의 설렘과 특별함은 여전히 추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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