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시스템에 대한 소극적 저항, ‘탕핑족’의 등장
경쟁 사회의 무한 레이스에 지쳐 “누워서 지내기”를 선언했던 중국의 ‘탕핑족’.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하며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닌, 기득권층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의 표현이었습니다. ‘열심히 해봤자 착취만 당한다’는 절망감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던 이들. 하지만 이제 중국 청년들은 탕핑족을 넘어선 새로운 길, 바로 ‘전업 자녀’라는 형태로 그들의 현실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집에서 가사 노동과 정서적 돌봄을 제공하며 일정한 수입을 받는 이 독특한 ‘직업’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청년 부양 문제
‘전업 자녀’라는 개념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현상은 이미 1990년대 일본에서 ‘잃어버린 세대'(로스젠네)를 통해 먼저 나타났습니다. 버블 경제 붕괴 후 극심한 취업 한파 속에서 독립은커녕 취직조차 어려웠던 일본 청년들은 ‘히키코모리’나 ‘프리터족’, ‘패러사이트 싱글’ 등으로 불리며 부모에게 얹혀살게 되었죠.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밤보치'(큰 아기), 독일의 ‘네스트워커'(둥지를 떠나지 않는 새)처럼 전 세계적으로 청년들이 사회 진출 대신 부모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높은 자산 격차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노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소황제의 역설, 중국만의 독특한 사회경제적 배경
중국의 ‘전업 자녀’ 현상은 한자녀 정책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소황제’라 불리며 부모와 조부모의 극진한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들은, 경제 성장기에는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천만 명이 넘는 대졸자들 앞에서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탕핑’과 ‘바이란'(썩어 문드러지게 내버려둬라)과 같은 소극적 저항으로 표출되었습니다. 동시에 1970년대생 부모 세대는 국유기업 민영화와 부동산 시장 개방의 수혜를 입어 비교적 부유한 자산가인 경우가 많아,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할 여력이 충분했습니다.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합리적인 선택’, 전업 자녀
결국 중국 청년들은 적극적인 반항이 불가능하고, 취업 시장은 암울하며, 부모 세대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전업 자녀’를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선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을 넘어, 부모에게 정서적 유대감과 가사 노동을 제공하며 일정한 보수를 받는 ‘가정 내 취직’ 개념에 가깝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하나뿐인 자녀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원치 않고, 정서적 안정과 가사 지원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자녀 역시 취업 시장의 좌절감 속에서 미안함 없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부모를 도우며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나은 기회를 위한 준비’일지, ‘현실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일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중국의 사회경제적 현실 속에서 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