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당신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남의 집’이 된다면?
상상해보셨나요? 어렵게 마련한 내 집, 혹은 투자한 부동산에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다면? 그것도 모자라 그들이 오히려 자신을 ‘세입자’라고 주장하며 나가지 않는다면요? 마치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이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스쿼터’ 현상입니다. 오늘은 당신의 재산권을 위협하는 미국 스쿼터의 충격적인 현실과 그 배경,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스쿼터, 그들은 누구인가?
‘스쿼터(Squatter)’라는 단어는 운동 동작인 스쿼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는 ‘스쿼팅(Squatting)’ 즉, 남의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혹시 ‘사이버 스쿼터’라는 말은 들어보셨나요? 이는 유명 브랜드의 도메인을 선점하여 나중에 비싼 값에 되파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스쿼터라는 용어는 ‘무단 점유’라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단순히 불법 침입을 넘어, 합법적인 세입자의 권리까지 주장하는 이들의 등장은 현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충격 실화: 집주인이 체포되는 기막힌 상황
2024년 2월 뉴욕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00만 달러 상당의 주택을 소유한 엔달로 씨가 한 달 만에 집에 방문했을 때, 생전 처음 보는 스쿼터가 자물쇠를 바꿔 달고 살고 있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스쿼터는 자신이 세입자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30일 이상 거주했음을 증명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스쿼터를 일단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엔달로 씨가 자물쇠를 바꾸자, 스쿼터는 다시 침입을 시도했고, 결국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침입자가 아닌 ‘집주인’ 엔달로 씨를 체포했습니다. 세입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수도, 전기, 가스를 끊거나 자물쇠를 바꾸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거 침입이라는 형사적 문제와 민사적 점유 분쟁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 때문에 벌어진 기막힌 상황입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소유권이나 거주권을 판결할 권한이 없으므로, 스쿼터가 가짜 계약서나 공과금 고지서를 제시하면 민사 소송을 권유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 속 스쿼터의 기원: 고대 로마와 중세 영국
스쿼터 현상의 뿌리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토지는 생존과 직결된 생산 수단이었기에, 땅을 놀리는 것은 사회적 낭비로 여겨졌습니다. 로마는 ‘우스카피오(Usucapio)’ 제도를 통해 2년 동안 부동산을 점유하고 경작하면 소유권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이는 토지를 경작하고 돌보는 자가 문서상의 주인보다 더 큰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이었습니다. 중세 영국 또한 1623년 소멸 시효법을 통해 소유자가 20년 동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점유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소유권 분쟁 해결의 어려움과 사회적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함이었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의 기초가 되기도 한 이러한 개념은 서구 법체계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스쿼터의 뿌리: 서부 개척 시대와 현대의 ‘점유 취득 시효’
미국은 사실상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에 ‘스쿼팅’하여 세워진 나라이기에, 점유자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개념은 건국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1862년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은 21세 이상 성인이 서부 미개척지에 가서 5년 동안 집을 짓고 농사 지으면 소유권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법이었습니다. 이는 정부의 토지 분배 속도보다 개척자들의 이주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사실상 ‘스쿼팅’을 합법화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대에도 ‘애드벌스 퍼세션(Adverse Possession)’, 즉 점유 취득 시효법이 존재합니다. 이는 소유자의 허락 없이 토지를 장기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법으로, 주마다 다르지만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까지 점유 시 소유권을 인정해 줍니다. 한국의 민법 제245조 ‘취득 시효’와 유사하게,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대 스쿼터, 무엇이 다른가? 법의 맹점을 노리다
과거의 스쿼터가 생존을 위해 비어 있는 땅을 개척하는 의미가 있었다면, 현대의 스쿼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들은 ‘이득’을 위해 세입자 보호법의 ‘법적 회색 지대’를 악용합니다. 뉴욕처럼 30일 이상 거주하면 세입자 권리가 부여되는 주에서는, 무단 침입자가 일정 기간만 버티면 퇴거시키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경찰이 와도 거주권 다툼으로 보아 민사 사건으로 분류하고 철수하며, 집주인은 결국 평균 20개월 이상 걸리는 퇴거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스쿼터는 무단으로 집에 거주하며, 집주인은 임대료도 받지 못하고 법적 비용만 부담하게 됩니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비어 있는 집을 찾거나 스쿼팅 방법을 공유하는 ‘팁’들이 바이럴되고 있습니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입자 보호법이 이제는 범죄자들의 무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스쿼터 급증의 배경과 사회적 파장
코로나19 시기와 저금리 시기 동안 늘어난 투자용 빈집은 스쿼터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관리가 안 되는 집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죠. 조지아주 애틀랜타처럼 불법 점거된 빈집이 1200채 이상 집계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점거한 집이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마약 소굴이 되거나 심하게 훼손되어 엄청난 복구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은 정신적, 금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스쿼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여러 주에서 반(反)스쿼터 법안을 발표하며 집주인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쿼터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도망치거나, 여전히 세입자 권리를 주장하며 싸우는 등,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결론: 법의 근간을 흔드는 재산권 논란
미국 스쿼터 문제는 단순한 주거 침입을 넘어 사유 재산권이라는 법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역사적으로 점유를 통해 소유권을 인정했던 배경이 있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법적 허점과 사회적 비효율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주 정부가 나서서 법적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세입자 보호와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그리고 우리의 재산권은 어떻게 보호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