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경량 문명 시대, 개인이 증강되는 사회
만약 당신에게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스노트’가 생긴다면, 그 노트에 이름을 적는 행위는 살인일까요? 단순한 사고 실험처럼 보이지만, 이 질문 하나는 살인의 ‘의도’와 ‘책임’, 그리고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공정함’에 대한 깊은 논의를 시작합니다. 인공지능(AI) 시대,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공정하다고 여기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 우리 문명 자체를 ‘경량 문명’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AI를 통해 조직은 간결해지고, 개인은 AI의 도움으로 더욱 증강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에는 학력이나 정해진 공채 시스템을 통해 조직에 진입했지만, 이제는 개개인의 역량과 서사가 중요해지는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평가 방식은 점차 유효성을 잃어가고, 개인의 독자적인 퍼포먼스와 성과가 더욱 중요해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무겁고 느렸던 문명에서 벗어나, 더 가볍고 유연하며 개인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예고합니다.

2. 기회의 평등 vs. 결과의 평등: 공정함의 딜레마
그렇다면 ‘공정함’이란 무엇일까요?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가, 아니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오랜 논쟁은 AI 시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특정 집단이 누리는 기회의 불균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과연 그것이 ‘공정’한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으므로, 모든 사람이 일정 수준의 ‘결과’를 누리도록 사회적 합의와 제한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공정함의 기준은 시대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어디에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상입니다.

3. AI 판사 시대, 정의의 새로운 얼굴
미래 사회에서 AI는 판사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인간 판사의 주관적인 경험, 감정, 심지어 식사 여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AI 판사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오심을 줄이고 편파성을 배제할 수 있는 AI의 능력은 정의 구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의 판단이 ‘설명 가능성(Explainable AI)’을 갖추고, 궁극적으로 인간적인 묘미와 사회적 신뢰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사법 체제뿐 아니라 선거, 자원 분배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서 AI의 활용은 불가피해 보이며, AI가 가져올 새로운 ‘공정’의 기준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