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호텔은 있는데, 호텔 소유주는 아니다?
힐튼, 메리어트, 하얏트…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호텔 건물이 떠오르시나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이제 자신들이 운영하는 호텔을 거의 소유하지 않습니다. 호텔 한 채를 짓는 데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이 들지만, 그들은 건물을 짓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부동산마저 대부분 팔아치웠죠. 그런데도 매출은 세 배 이상 폭증했고, 이익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땅과 건물을 팔았는데 어떻게 돈을 더 잘 벌게 된 걸까요? 오늘은 지난 10여 년간 호텔 산업에서 일어난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 혁명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산 경량화’ 혁명: 소유에서 브랜드 관리로
과거 호텔 사업은 간단했습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이 모델은 막대한 고정비용과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2010년대, 메리어트와 힐튼은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호텔 부동산을 대부분 매각하고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제 호텔 산업은 세 명의 플레이어로 나뉩니다. 호텔의 이름과 시스템을 빌려주는 ‘브랜드'(힐튼, 메리어트), 실제 건물과 땅을 소유한 ‘호텔 소유주'(부동산 투자자), 그리고 일상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사’입니다. 호텔 브랜드는 이제 건설이나 운영 비용, 수리비 등 아무런 위험 부담 없이 자신의 이름값, 즉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가로 전체 수익의 5\~15%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이 전략의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힐튼의 경우, 자산 경량화 이후 영업이익률이 20%대에서 35% 이상으로 치솟았고, 투자 자본 수익률은 7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리스크는 줄이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완벽한 사업 모델이 탄생한 것입니다.

브랜드의 힘: 호텔 소유주가 기꺼이 수수료를 내는 이유
호텔 소유주 입장에서는 왜 비싼 수수료를 내가면서까지 힐튼이나 메리어트 같은 브랜드를 달려고 할까요? 정답은 바로 ‘브랜드 파워’와 ‘로열티 프로그램’에 있습니다. 잘 알려진 호텔 브랜드를 달면, 독립 호텔일 때보다 객실료를 평균 15% 이상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고객들은 브랜드를 신뢰하고, 어느 지점을 가든 일관된 품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죠.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로열티 프로그램’입니다. 메리어트의 경우, 전체 고객의 2/3가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입니다. 이들은 포인트를 쌓고 혜택을 받기 위해 다른 호텔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메리어트를 선택합니다. 포인트가 쌓일수록 다른 브랜드로 떠나기 어려워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죠. 호텔 소유주는 막대한 수수료를 내지만, 그 대가로 브랜드가 보장하는 안정적인 고객과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됩니다.

에어비앤비의 습격, 호텔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에어비앤비의 등장은 호텔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주요 호텔 체인들의 성장세와 수익성 역시 오히려 개선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바로 핵심 고객층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호텔의 주 고객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비즈니스 여행객과 브랜드 충성 고객입니다. 출장을 가서 숙소 열쇠를 못 찾는 곤란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는 24시간 프런트 데스크와 정형화된 서비스가 필수적입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현지의 독특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습니다. 물론 일부 고객층은 겹치지만, 호텔의 핵심 시장을 빼앗기보다는 여행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운 것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호텔들은 ‘메리어트 홈즈 앤 빌라스’처럼 에어비앤비 스타일의 숙소 서비스를 출시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결론: 브랜드와 경험을 파는 비즈니스로의 진화
지난 10여 년간 호텔 산업은 부동산 집약적 사업에서 브랜드와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완전히 변모했습니다. 자산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경기 변동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브랜드 파워와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고수익 구조를 만들었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그 견고함을 증명했습니다. 앞으로 호텔 산업은 AI를 통한 개인화 서비스, 지속가능성, 새로운 숙박 경험 제공 등 끊임없이 진화할 것입니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눈에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브랜드’와 ‘신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