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하늘에서 떨어진 핵폭탄, 끝나지 않은 미스터리
냉전의 광기가 하늘을 지배하던 시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사건이 스페인 상공에서 벌어졌습니다. 핵무기를 실은 미국의 폭격기가 추락하여 무시무시한 수소폭탄이 바다와 대지에 흩어진 것입니다. 만약 이 거대한 파괴력이 폭발했다면,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방사능 재앙에 휩싸였을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과연 그날 스페인 팔로마레스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인류는 이 전례 없는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을까요? 지금부터 냉전 시대의 가장 아찔한 미스터리 중 하나인 팔로마레스 핵추락 사고의 전말을 파헤쳐 봅니다.

2. 작전명 크롬돔: 공중의 핵무기고와 참혹한 추락
미국은 소련의 기습 핵공격에 대비해 ‘크롬돔 작전’이라는 기상천외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는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를 24시간 내내 공중에 띄워 놓는 것으로, 공중급유를 통해 끊임없이 하늘을 순찰하는 미친 작전이었습니다. 무려 8년간 지속된 이 작전은 적들이 핵폭격기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죠. 1966년 1월 17일, 스페인 팔로마레스 상공에서 B-52 폭격기와 KC-135 공중급유기가 충돌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합니다. 급유기의 연료 탱크가 폭발하며 거대한 화염이 두 비행기를 집어삼켰고, 폭격기에서 분리된 잔해와 함께 네 발의 수소폭탄이 팔로마레스 마을로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놀랍게도 추락한 잔해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은 단 한 명도 다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3. 사라진 수소폭탄: 지중해의 숨바꼭질과 정치적 후폭풍
사고의 진짜 공포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폭격기에 실려 있던 네 발의 수소폭탄 중 세 발은 육지에서 발견되었지만, 그중 두 발은 충돌 충격으로 플루토늄이 유출되어 주변을 오염시켰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한 발이었습니다. 광활한 지중해 속으로 사라진 핵폭탄을 찾기 위해 미 해군은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쳤고, 한 현지 어부의 결정적인 증언을 토대로 깊은 심해에서 마침내 핵폭탄을 찾아냈습니다. 80여 일간의 사투 끝에 무사히 인양된 핵폭탄은 인류가 직면할 뻔했던 대재앙을 막아냈죠. 하지만 이 사건은 스페인 관광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고, 미국과 스페인 정부는 관광객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장관과 대사가 직접 바다에서 수영하는 기상천외한 ‘정치 쇼’를 연출해야 했습니다. 또한, 방사능 오염 지역의 토양을 퍼내 미국으로 가져가는 ‘젖은 대걸레 작전’이 진행되었으나, 완벽한 정화는 이루어지지 않아 그 영향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미국의 ‘크롬돔 작전’을 종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냉전 시대 핵무기 관리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