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당신은 왜 넷플릭스를 해지하지 못할까?
혹시 볼 만한 콘텐츠가 없어도 넷플릭스 구독을 꾸준히 유지하고 계신가요? 반면 디즈니 플러스나 티빙은 특정 작품을 보기 위해 잠시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메뚜기’ 구독을 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이러한 소비 패턴의 차이가 바로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 시장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는 핵심 비결입니다. 전 넷플릭스 직원의 시선으로, 그들이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고 특히 K-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을 친절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K-콘텐츠,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다
할리우드에서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수천억 원이 드는 반면, 한국 드라마는 200억에서 500억 사이의 제작비로 그에 못지않은 퀄리티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가 한국을 ‘금광’ 같은 시장으로 여기는 이유입니다. 투입 자본 대비 최고의 결과물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 즉 ‘가성비’가 탁월하기 때문이죠. 이는 지난 30년간 쌓아온 한국 제작 환경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한국인 특유의 열정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2. 창작의 자유가 최고의 콘텐츠를 만든다
넷플릭스는 제작자에게 ‘자유와 책임’이라는 독특한 철학을 적용합니다. 예산을 주고 ‘당신이 만들고 싶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오세요’라고 말할 뿐,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죠. 이는 마치 벤처 캐피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반면 디즈니와 같은 전통적인 스튜디오는 하나의 작품에 깊숙이 관여하며 수정을 거듭합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최고의 작품들이 넷플릭스의 문을 먼저 두드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3. 광고보다 재밌는 마케팅의 힘
넷플릭스 마케팅에는 ‘콘텐츠보다 재밌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컨버세이션 마케팅’을 추구하죠. 영화 ‘승리호’ 개봉 당시, 용산 주차장에 실제 우주선처럼 꾸민 체험 공간을 만들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람들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스스로 콘텐츠를 퍼뜨리게 만드는 것. 이것이 넷플릭스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4. K-콘텐츠의 진정한 시작
혹자는 K-콘텐츠의 인기가 정점에 달했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는 ‘이제 시작’이라고 단언합니다. 과거 가족 드라마에 국한되었던 장르가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면서 ‘킹덤’과 같은 19금 좀비 사극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파격적인 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었죠. 수십 년간 축적된 제작 역량에 글로벌 자본과 자막/더빙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K-콘텐츠의 잠재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세계를 향한 첫 페이지를 넘겼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