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죽음의 순위표 1위, 북해
‘바다는 약한 존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바다는 항해자들에게 수많은 위험을 안겨주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가장 위험한 바다’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남중국해, 홍해, 카리브해 등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항해사와 해양사 연구자들이 단연 1위로 꼽는 바다가 있습니다. 바로 ‘북해(North Sea)’입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바다가 어째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죽음의 해역이 되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서늘하고 깊은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변덕의 신이 지배하는 바다: 지리와 기후
북해가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예측 불가능한 자연환경입니다. 영국과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사이에 위치한 북해는 이름처럼 차갑고 혹독한 기후를 자랑합니다. 잔잔하던 바다가 순식간에 몇 미터짜리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 것은 예사이며, 시속 120km에 달하는 허리케인급 강풍이 몰아치기도 합니다. 이때 쏟아지는 것은 따뜻한 비가 아닌, 얼음 조각과 눈이 섞인 차가운 물방울입니다. 수온이 3\~5도에 불과한 바닷물에 빠지면 단 5분 만에 쇼크로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져 바다가 얼어붙고, 짙은 안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만들어 높은 통행량과 맞물려 충돌 위험을 극대화합니다.

숨겨진 함정: 얕은 수심과 거대한 해일
북해의 위험성은 바다 위뿐만 아니라 바닷속에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북해는 평균 수심이 약 95m에 불과한 비교적 얕은 대륙붕 바다입니다. 문제는 수심 변화가 급격하고 해저 지형이 평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곳곳에 형성된 ‘뱅크(Bank)’라 불리는 얕은 모래톱은 수많은 배를 좌초시켰습니다. 특히 영국 앞바다의 ‘도거 뱅크’나 ‘굿윈 샌즈’는 끊임없이 지형이 변하는 거대한 선박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또한, 북해의 분노는 해안가에도 미칩니다. 강력한 폭풍은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해안 지역을 덮치는데, 1953년 발생한 ‘북해 대홍수’는 영국, 네덜란드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2,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참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사가 새긴 상처: 전쟁의 바다
북해를 가장 위험한 바다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인간의 역사, 즉 전쟁입니다. 다른 어떤 바다보다도 북해는 치열한 해상 전투의 무대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 함대가 맞붙은 역사적인 ‘유틀란트 해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수많은 소규모 충돌까지, 북해는 오랜 세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였습니다. 1939년부터 1945년 사이에만 군인, 상선 선원, 일반 승객을 포함해 약 4만 5천 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다 밑에는 침몰한 군함과 상선의 잔해가 셀 수 없이 가라앉아 있으며, 20만 개가 넘는 기뢰가 설치되었던 ‘기뢰전’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자연의 위협과 인간이 만든 파괴가 더해져 북해는 그 어떤 바다와도 비교할 수 없는 ‘죽음의 바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