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를 멈춰 세우는 작은 부품의 거대한 비밀
수천억 원짜리 최첨단 비행기가 손바닥만 한 부품 하나 때문에 이륙하지 못한다면? 항공사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이때 등장하는 회사가 바로 ‘갑’의 위치에서 부품 가격을 마음대로 정합니다. 오늘은 항공업계의 보이지 않는 권력을 쥐고 있는 독특한 기업, 트랜스다임(TransDigm, TDG)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이 회사는 어떻게 작은 부품 하나로 거대 항공사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다
트랜스다임은 혁신적인 비행기를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그들의 진정한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독점 부품 회사들’을 인수하여 항공업계의 핵심 가격 결정자로 군림하는 것입니다. 화장실 문고리, 조종석 오디오 패널, 엔진 점화 장치 등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직접 만들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고 번거로운 부품들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을 찾아내 인수합병(M&A)합니다. 이 부품들이 없으면 비행기가 이륙할 수 없기에, 미 연방 항공청(FAA)의 까다로운 인증 과정은 트랜스다임에게 견고한 진입 장벽을 제공하며 합법적인 독점적 지위를 선사합니다. 전 세계를 나는 거의 모든 민항기와 전투기 속에 트랜스다임의 부품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0% 육박하는 마진의 비밀: 애프터마켓 전략과 공급망 붕괴
트랜스다임의 놀라운 수익성은 ‘애프터마켓’ 전략에서 나옵니다. 비행기를 처음 제작할 때는 부품을 저렴하게 공급하지만, 비행기의 수명인 30년 동안 고장 날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부품은 훨씬 비싸게 판매합니다. 마치 프린터를 싸게 팔고 잉크 카트리지로 수익을 내는 방식과 유사하죠. 매년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부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트랜스다임의 부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배짱 장사’ 덕분에 트랜스다임은 소프트웨어 회사도 아닌 제조업에서 무려 50%에 육박하는 에비타(EBITDA) 마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폭발적인 여행 수요와 맞물린 공급망 붕괴는 노후 비행기 정비 수요를 급증시켰고, 부품 재고를 쥔 트랜스다임에게는 역대급 호황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자본주의의 괴물인가, 위태로운 부채의 탑인가?
트랜스다임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한편에서는 워런 버핏이 말한 ‘경제적 해자’의 완벽한 예시이자 가격 결정권, 높은 진입 장벽, 현금 창출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지구상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합니다. 반대편에서는 높은 부채 비율을 지적하며, 빚을 내어 회사를 인수하고 배당을 주는 방식이 금리 인상이나 신용 등급 하락 시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어야 돈을 버는 항공업계의 절박함을 인질로 삼아 ‘통행세’를 걷는 이 기업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트랜스다임의 사례는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며, 독점적 지위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