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 선 유통 공룡, 홈플러스의 위기
2026년 1월, 한때 국내 유통업계를 호령하던 홈플러스에서 충격적인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수도권 핵심 상권인 잠실점 폐점 추진 소식에 이어, 심지어 직원들의 급여 지급마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전국 140여 개 점포와 연매출 7조 원을 자랑하던 유통 공룡이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통해 홈플러스 위기의 본질과 그 배경을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위기의 시작: 사모펀드의 차입 매수와 그 후폭풍
홈플러스 위기의 시작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MBK 파트너스는 7조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문제는 자금 조달 방식이었습니다.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빚을 끌어온 차입 매수(LBO) 방식은 인수 후 곧바로 논란을 낳았습니다. 강남, 잠실 등 알짜 점포들이 매각된 후 다시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은 단기적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 막대한 임대료 부담과 미래를 위한 투자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숙제를 남겼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 유통 공룡의 몰락
MBK의 인수 직후, 한국의 유통 지형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폭발적인 성장과 새벽 배송은 대형마트의 핵심 고객이었던 3040 주부들의 소비 패턴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무거운 장보기 대신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온 것이죠. 하지만 홈플러스는 온라인 전환, 물류 시스템 혁신, 매장 리모델링 등 체질 개선 노력이 경쟁사 대비 현저히 늦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은 반토막 나고 임대료는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져들며 몰락을 가속화했습니다.

출구 없는 미로: 분리 매각과 사회적 책임
누적된 부채, 막대한 정상화 비용, 그리고 복잡한 이해관계는 홈플러스의 통매각 시도를 번번이 좌절시켰습니다. 결국 홈플러스는 기업형 슈퍼마켓인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여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과 남은 대형마트 부문의 불확실성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사모펀드의 기업 운영 방식,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자금의 투자 원칙, 그리고 변화하는 유통 시장 속 대형마트의 생존 전략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가 한국 경제에 던진 충격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