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몰랐던 북한의 야심찬 프로젝트
북한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야심차고 동시에 가장 참담하게 실패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탄소하나공업’이라고 불리는 석탄액화 사업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사활적인 문제’라고 규정하며 국가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이 프로젝트의 이야기는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오늘은 이 숨겨진 실패사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쳐보겠습니다.

과거의 전철: 비날론의 교훈
탄소하나공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북한의 또 다른 실패사인 ‘비날론’을 알아야 합니다. 비날론은 1939년 일본에서 개발된 합성섬유로, 석유가 아닌 석탄과 석회석을 원료로 사용했습니다. 한국전쟁 후 월북한 리승기 박사가 이 기술을 북한에 전수했고, 김일성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모든 천을 비날론으로 대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실패했죠.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재자의 의지로 밀어붙인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몇십 년 전에 벌어진 참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탄소하나공업이란 무엇인가?
탄소하나공업은 간단히 말해 ‘석탄을 석유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공식 발표한 이 프로젝트는 UN의 대북 제재로 인한 심각한 석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북한의 자구책이었습니다. 독일에서 이미 1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된 ‘베르기우스 공정’이라는 기술로,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한 후 촉매 반응을 통해 합성석유를 만들어냅니다. 북한은 석유는 없지만 풍부한 석탄 매장량을 활용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죠. 김정은은 이를 ‘확고부동한 결심’이며 ‘사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습니다.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탄소하나공업의 실패는 여러 측면에서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첫째, 경제성이 없습니다. 석탄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것은 원유를 정제하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한국의 포스코도 유사 사업을 검토하다가 경제성 문제로 포기했을 정도죠. 둘째, 기술적 한계가 컸습니다. 핵심은 고효율 촉매 기술인데, 북한은 이에 대한 기초 연구가 전무했습니다. 중국도 20년이 걸려 독자 기술을 개발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습니다. 셋째, 장비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온고압을 견디는 특수합금 파이프와 반응기가 필요한데, 대북 제재로 수입이 불가능했고 북한 자체 기술로는 제작이 불가능했죠. 게다가 중간 시험 없이 바로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계획 자체가 비과학적이었습니다.

참담한 실패와 그 결과
2017년 착공한 순천 탄소하나화학공업공장은 결국 완공되지 못했습니다. 북한 최고의 지성 100여 명이 투입되고 막대한 자원이 동원되었지만, 2025년 공식적으로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자비판’이라는 공개비판 회의에 서야 했고,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이 실패는 북한의 대외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너지 자립의 꿈이 좌절되자 북한은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는 북러 군사협력 강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죠. 탄소하나공업은 비날론보다 더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적어도 비날론은 생산 자체는 했지만, 탄소하나공업은 성공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막대한 자원만 낭비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