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바다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살고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 바다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전 세계에는 바다가 전혀 없는 내륙국이 44개국이나 존재하며, 이들 대부분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빈국의 약 40%가 내륙국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바다가 없다는 것이 한 국가의 운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석유보다 귀한 바다, 요르단의 선택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요르단입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요르단은 1차 대전 후 내륙국으로 독립했지만, 항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결국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오랜 협상 끝에 서울의 10배 크기 땅을 내주고, 그 대가로 고작 16km 길이의 해안선을 얻었습니다. 이 해안선에 요르단 유일의 항구 도시 ‘아카바’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요르단이 사우디에 넘겨준 땅에서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었습니다. 요르단은 땅을 치고 후회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요르단 사람들은 지금도 석유보다 더 중요한 바다를 얻은 당시의 결정을 현명했다고 평가합니다. 바다가 곧 국가 발전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2. 보이지 않는 장벽: 무역과 물류의 한계
바다가 없는 국가는 무엇보다 무역에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오늘날 국제 무역의 90% 이상은 물류비가 저렴한 해상 운송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내륙국은 다른 나라의 항구를 빌려 써야만 합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는 이웃 나라 지부티의 항구를 이용하며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치적으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아시아 내륙국들은 국경을 여러 번 거치며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해 관세와 부패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내륙국의 운송비는 해안국보다 3배, 아프리카의 경우 주변국 인프라가 열악해 최대 7배까지 비싸진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어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어렵고, 결국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1차원적 경제 구조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3. 경제를 넘어 생존과 안보를 위협하다
내륙국의 어려움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해안국은 유조선이나 가스 운반선으로 에너지를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내륙국은 이웃 나라를 거치는 송유관이나 가스관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는 막대한 건설 비용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의 취약점으로 이어져,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눈치를 보거나 몽골이 중국의 정치 보복을 당하는 것처럼 주변 강대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군사적으로도 해군이 없어 적의 해상 공격을 견제할 수 없고, 대규모 병력과 보급품 수송도 어렵습니다. 심지어 강이 바다로 이어지지 못해 큰 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4. 예외도 있을까? 부유한 내륙국의 비밀
물론 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처럼 바다가 없어도 부유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특별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이들은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한 단일 경제권에 속해 있어 국경의 의미가 옅고, 주변국의 항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주변국들의 교통 인프라가 매우 발달해 있어 육상 운송이 원활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다뉴브강을 통해 흑해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 내륙국들은 내전이 잦고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어 그 어려움이 가중됩니다. 결국 지리적 조건이 국가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으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가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