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 이야기
만약 우리가 사는 수도가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면 어떨까요? 믿기 힘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입니다. 심각한 지반 침하 문제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2019년, 수도를 이전한다는 거대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라는 경고를 받은 자카르타의 운명과,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누산타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 자카르타는 왜 가라앉고 있을까?
자카르타가 가라앉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지하수’ 때문입니다. 특히 도시 북부는 지난 10년간 무려 2.5미터나 가라앉았는데, 이는 전 세계 해안 대도시 평균보다 2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놀랍게도 자카르타의 상수도 보급률은 약 60%에 불과합니다. 99%가 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죠. 이 때문에 나머지 40%의 시민과 공장들은 자체적으로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은 땅속을 텅 비게 만들었고, 그 결과 스펀지처럼 땅이 짜부라들며 가라앉게 된 것입니다. 이 속도라면 2050년에는 자카르타 북부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 인구 과밀, 또 다른 문제
지반 침하뿐만 아니라, 인구 과밀도 수도 이전의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가 위치한 자바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인구가 몰리면서 교통, 쓰레기 처리, 상하수도 등 모든 도시 인프라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자카르타 시내 차량의 평균 속도가 시속 10km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지반 침하와 인구 과밀이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인도네시아의 ‘천도’라는 결정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3.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 한국의 세종시를 꿈꾸다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는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에 건설되며, ‘누산타라’라는 이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누산타라는 우리나라의 세종시를 벤치마킹하여 행정 중심 복합도시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2024년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으로 204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죠.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의 기술과 경험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무원 주택 설계를, 한국수자원공사가 상수도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등 K-건설의 역량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4. 기대와 우려의 공존: 누산타라의 과제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수도 건설 계획에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따릅니다. 첫째, 세종시와 비교했을 때 아직 구체적인 도시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둘째, 건설 부지가 오랑우탄과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열대우림 지역이라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를 표방하지만, 대규모 개발이 환경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랜 기간 그곳에 살아온 원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 두 수도의 미래는?
인도네시아는 기존 수도 자카르타의 침몰을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고 상수도를 확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를 건설하는 거대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과연 자카르타는 침수 위기를 극복하고 대도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누산타라는 여러 우려를 딛고 성공적인 미래형 행정수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세계의 이목이 인도네시아의 두 수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