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현실이 된 음모론, ‘죽은 인터넷 이론’
‘죽은 인터넷 이론’을 아시나요? 과거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이 이론은, 인터넷의 대부분이 인간이 아닌 봇이나 AI가 만든 의미 없는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놀랍게도 이는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닙니다. 2024년,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49.6%)이 봇에 의해 생성되었고, 2026년에는 온라인 콘텐츠의 90%가 AI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AI가 만든 정보가 유익하다면 문제없겠지만, 현실은 저품질의 ‘쓰레기 정보’가 넘쳐나면서 우리가 알던 정보의 바다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2. 황금기의 종말: 광고와 알고리즘의 등장
1990년대 월드와이드 웹의 등장은 ‘정보의 민주화’를 꿈꾸는 황금기였습니다. 누구나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창작물을 공유했고, 인터넷은 인간의 창의력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은 광고를 주요 수익 모델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사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두기 위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도입되었고, 사람들은 정보를 직접 찾는 대신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정보에 익숙해졌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터넷의 비극은 조용히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3. AI의 습격과 검색의 종말
알고리즘의 허점을 노린 봇들은 초기엔 광고나 여론 조작에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은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AI는 이제 단순히 남의 글을 퍼 나르는 것을 넘어,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글과 이미지, 영상을 스스로 ‘창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인터넷은 AI가 만든 저품질 콘텐츠, 즉 ‘AI 슬롭(AI Slop)’으로 뒤덮였습니다. 결국 검색의 제왕 구글마저 AI가 생성한 결과를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던 웹사이트들의 트래픽 감소와 수익 악화로 이어졌고, 인간 창작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4. 정보의 붕괴와 불확실한 미래
더 큰 문제는 AI가 AI가 만든 쓰레기 정보를 다시 학습하며 발생합니다. 이는 AI 모델의 성능 저하와 ‘모델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인터넷의 정보 다양성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획일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창작자들은 AI 슬롭에 묻혀버린 자신의 콘텐츠에 좌절하며 창작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정보 습득을 소수의 거대 AI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마치 소설 ‘1984’의 빅브라더처럼 통제된 정보만을 주입받는 사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것이 더 나은 인터넷으로 가는 성장통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미래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