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죠. 특히 오늘날 청년 세대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OECD 38개국 중 35개국에서 30대 청년이 집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모 세대보다 평균 2.8배 늘어났고, 한국은 무려 4.2배나 증가했습니다. 단순히 집값이 오른 것을 넘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과거와 현재: 자산 가격은 왜 우리를 앞질렀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세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설적으로 전 세계는 비교적 평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었죠. 예를 들어 1950년대 미국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000달러, 하버드대 연간 학비는 400달러, 새집 한 채는 8,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몇 년만 일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임금 상승률이 자산 가격의 폭등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급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의 가치보다 자산의 가치가 훨씬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결정적 계기: 돈이 모든 것을 바꾼 순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급격히 부서지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1971년 미국이 달러를 금과 연동하는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후 자산 가격은 임금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죠.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기름을 부었습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풀었습니다(양적완화). 이 막대한 유동성은 대부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자산 가격은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했습니다. 그 결과, 자산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과: 깊어지는 세대 갈등과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
이러한 현실은 전례 없는 세대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는 월급을 받아도 세금과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고, 내 집 마련의 꿈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낸 세금이 이미 많은 자산을 보유한 기성세대의 연금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분노와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죠. 물론 기성세대 역시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지만, 세대 간의 깊은 경제적 격차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대로라면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처럼 한 세대가 통째로 희생되는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어려운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