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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경제 / 문화/취미 / 사회 / 정치

광주, ‘노잼 도시’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유통 불모지의 잔혹한 현실

작성자 mummer · 2025-12-10

멈춰버린 도시, 광주의 쓸쓸한 주말 풍경

멈춰버린 도시, 광주의 쓸쓸한 주말 풍경

여러분의 도시는 주말에 어떤 모습인가요? 가족과 대형 쇼핑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은 이제 흔한 일상이지만, 인구 141만 명의 광주에서는 이러한 평범함이 ‘사치’가 되었습니다. 주말마다 광주 시민들은 기름값을 태우며 대전, 세종 등 타 도시로 떠나는 ‘쇼핑 난민’ 신세입니다. “광주는 자본주의가 작동 안 하는 갈라파고스”라는 조롱 섞인 비아냥까지 나옵니다. 민주화의 성지, 예향의 도시라는 영광 뒤, 광주는 ‘유통업계의 무덤’, ‘노잼 도시’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 아래 도시의 문을 굳게 닫았던 광주, 과연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보호’라는 이름의 성벽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를 고립시키는 감옥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수조 원의 투자를 거부한 도시의 선택

수조 원의 투자를 거부한 도시의 선택

광주는 처음부터 유통 불모지가 아니었습니다. 수천억, 아니 조 단위 투자를 제안했던 기업들을 여러 번 외면했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코스트코입니다. 2010년대 초 광주 입점을 추진했지만, 소상공인 단체와 시민 단체의 극렬한 반대 시위에 부딪혔고, 정치권 외면 속에 결국 광주 진출을 포기하고 인근 익산이나 순천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2015년 신세계 그룹은 유스퀘어 터미널 부지에 특급 호텔, 백화점, 면세점을 결합한 호남권 최대 랜드마크를 제안하며 7천억 원 넘는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광주의 부족한 숙박 시설 문제를 해결할 파격 제안이었지만, 이 역시 “대기업 특혜”, “주변 상권 몰락”이라는 이유로 무산되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기업을 도시가 나서서 거부한, 전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대전의 기적과 광주의 유령 거리

대전의 기적과 광주의 유령 거리

광주가 외면했던 신세계의 7천억 원은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대전은 ‘노잼 도시’ 오명을 벗고자 신세계를 적극 유치했고, 2021년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탄생했습니다. 아쿠아리움, 과학관, 호텔 등이 결합된 거대 쇼핑 테마파크는 오픈 1년 만에 매출 8천억 원을 돌파하며 인근 지역 소비자까지 끌어모았습니다. 놀랍게도 골목 상권 몰락 대신, 외부 관광객들이 지역 맛집과 카페를 찾으며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3천 명 이상 지역 인재 고용은 덤이었죠. 반면, 대기업을 막아낸 광주의 현실은 참혹합니다. 한때 명동이라 불리던 금남로와 충장로 일대 오피스 공실률은 45%에 육박하고, 대학가와 신흥 상권마저 텅 빈 유령 거리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복합 쇼핑몰과 재래시장의 소비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 광주가 막아낸 것은 대기업의 탐욕이 아닌 시민들의 발길과 도시의 생명력이었습니다.

재정난과 청년 이탈, 위기의 악순환

재정난과 청년 이탈, 위기의 악순환

상권이 죽으면 기업이 들어오지 않고, 세금도 걷히지 않아 광주시 재정은 파탄에 이르고 있습니다. 심각한 재정난으로 대형 SOC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됩니다. 광주-나주 광역 철도 사업은 운영비 부담 능력 부족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고,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분담금 미확보로 무산 위기를 겪었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비는 불어나 모라토리엄(부도 위기)설까지 거론됩니다. 돈이 없어 투자를 못 하니 기업은 외면하고 도시는 낙후되는,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에 갇힌 셈입니다. 도시가 ‘노잼’이 되면 가장 먼저 떠나는 것은 청년들입니다. 복합 쇼핑몰은 단순한 마트가 아닌, 도시의 트렌디함과 삶의 질 척도입니다. 문화적 혜택 없는 도시에 누가 머물고 싶겠습니까? 일자리 부족을 넘어 ‘돈 쓸 곳이 없어서’ 떠난다는 말이 광주 청년들 사이에 공공연합니다. 150만을 바라보던 광주 인구는 140만 명 선 붕괴를 앞두고 있으며, 대부분이 20대 청년층입니다. 기업 진입을 막은 결과가 도시 소멸을 앞당기는 끔찍한 역설입니다.

다시 찾아온 변화의 기로, 하지만 아직은 안갯속

다시 찾아온 변화의 기로, 하지만 아직은 안갯속

지난 10년간의 답답한 상황에 광주 시민들은 결국 폭발했습니다. 대선과 지방 선거에서 복합 쇼핑몰 유치는 뜨거운 감자였고, 시민들은 “쇼핑 난민 그만하자”며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광주는 다시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더현대 광주,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유치가 추진되며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어등산 관광 단지에 역대급 규모의 시설 청사진이 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릅니다.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착공식만 하고 실제 공사는 미뤄지거나, 신청서조차 접수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시공사들이 발을 빼는 악재도 터졌으며, 교통 체증과 상권 초토화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상권 영향 평가 갈등, 상생 협력체 구성 잡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2028년 완공이 가능할지, 아니면 또다시 공수표로 끝나 유통 불모지로 남게 될지, 광주가 폐쇄성을 벗고 열린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문을 열어야 살 수 있는 도시의 미래

문을 열어야 살 수 있는 도시의 미래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끼리만 잘 살겠다’고 고집했던 조선의 말로를 기억해야 합니다. 도시는 고여 있는 물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외부 자본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섞이며 경쟁해야 살아남는 생물입니다. ‘우리 것만 지키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그 안의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기업은 자선 단체가 아니기에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광주가 머뭇거리는 사이, 투자의 기회는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지방을 살릴 대규모 민간 투자를 거부하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광주 사태’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상생(相生)’은 서로가 산다는 뜻입니다. 한쪽 희생으로 다른 쪽을 연명시키는 것은 기생에 불과합니다. 대전이 보여주었듯이,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파이를 키우는 ‘진짜 상생’을 광주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굳게 닫혔던 광주의 문이 활짝 열리고, 텅 빈 거리에 다시 활력이 돌아 ‘꿀잼 도시’, ‘기회의 땅’으로 다시 태어나는 광주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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